비정규직 여성 10명 중 4명 "직장 내 성희롱 경험"
입력: 2023.09.03 13:28 / 수정: 2023.09.03 13:28

직장갑질 119, 직장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
'성희롱 피해' 10명 중 8명 "참거나 모른 척했다"


직장인 여성 10명 중 3명은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는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이동률 기자
직장인 여성 10명 중 3명은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는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팔뚝을 찌르고 머리를 쓰다듬고, 목소리가 섹시하다고 하고…. 샴푸 냄새가 좋으니 가까이 오라고 하는 등의 발언을 합니다. 팀 회식에서 사장님 옆에 앉히고, 사장은 술을 주면서 손을 자꾸 잡습니다."

"사장 아들인 상사가 입사 초반 제 몸을 두 번 정도 터치했습니다. 점심시간마다 '남자는 성욕이 본능이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퇴근 이후 개인적으로 불러내기도 했습니다."

직장인 여성 10명 중 3명은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10명 중 4명이 성희롱 피해를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10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 내 성범죄 경험 온라인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26%가 '성희롱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 직장인 35.2%, 남성 직장인 18.9%이 '있다'고 대답해 여성의 응답이 1.8배 이상 높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성희롱 경험 응답은 31%로 22.7%인 정규직보다 8.3%높았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10명 중 4명인 38.4%가 '성희롱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여성이라는 성별 특성에,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더해진 '비정규직 여성'의 성희롱 경험률은 무려 38.4%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일터는 성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고, 특히 약자들에게는 더더욱 위험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희롱 경험이 있는 여성 직장인 중 68%는 '성희롱 수준이 매우 심각했다'고 답했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10명 중 7명인 69.7%가 '경험한 성희롱이 심각했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은 성희롱을 당하고도 참거나 모른 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83.5%는 '참거나 모른 척했다'고 답했으며 '회사를 그만뒀다'가 17.3%로 뒤를 이었다. 여성의 경우 '회사를 관뒀다'는 응답은 23.5%로 남성(8.4%)보다 2.8배 높았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경우 30.3%였다. 약자일수록 성희롱 피해 이후 버티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은 금지된다. 사업주가 가해자인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며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가한다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을 가한 자에 대해선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직장갑질119는 이같은 법적 규제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성범죄 가해자들에 대해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접수된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 위반(사업주의 성희롱) 신고 1046건 중 성희롱 인정은 129건으로 12.3%에 불과했다. 직장 내 성희롱을 한 사장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는 7.6%(80건)였다.

직장갑질119 젠더폭력대응특별위원회 박은하 노무사는 "비정규직이라는 업무 특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특성을 갖는 노동자들이 누구보다 젠더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직장 내 젠더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단호한 거절만으로는 중단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용자 또는 상급자의 지위로 피해자보다 직장에서 우위성이 있는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거절의 의사표시를 하면 더욱 집요하게 괴롭히는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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