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개 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 긴급행동
"여성 이유로 차별·폭력·죽음 대상 안 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91개 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는 24일 오전 10시 '공원 여성살해 사건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방치 국가 규탄 긴급행동'을 열었다. /조소현 기자 |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여성단체가 '관악산 등산로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고 성평등 사회 실현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91개 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는 24일 오전 10시 '공원 여성살해 사건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방치 국가 규탄 긴급행동'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 150여명은 오전 10시께 관악구민방위교육장에 모였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검은색 옷을 입고 '성평등이 안전이다', '성평등해야 안전하다'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인하대 성폭력 사건과 신당역 스토킹 사건, 금천구 데이트폭력 사건 등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여성들은 직장 안에서도, 집 앞에서도, 동네 공원에서도 끝내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정부의 기조하에 최소한에 불과했던 성평등 정책은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각자 조심해서', '운이 좋아서' 살아남는 사회가 아닌, 누구나 '평등해서' 신뢰하고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10시15분께부터 관악산 산책로를 등반해 10시35분께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조소현 기자 |
이날 사회를 맡은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공동사무처장은 "일상이 우리와 다르지 않았던 그녀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며 "고인을 기억하고 이같이 안타까운 일을 막을 수 있는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기자회견 취지를 밝혔다.
한선희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도 "평범한 여성이 일상의 한 부분이었던 장소에서 폭력과 살해의 대상이 됐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 죽음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인과 동아리 활동을 함께 했던 이들도 참석했다. A씨는 "우리 선생님이 이런 끔찍한 범죄의 대상이 됐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선생님께서는 죽을 만큼 저항했을 것이다. 우리도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10시15분께부터 관악산 산책로를 등반해 10시35분께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헌화하며 '성폭력 방치 국가 규탄한다'는 팻말을 사건 현장에 놓았다.
이날 긴급행동에 참여한 B(23) 씨는 "여성의 입장에서 애도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가해자가 하는 인터뷰를 봤을 때 오로지 여성을 위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같다. 모든 여성이 범죄 대상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