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금 수금→상품권 구매→해외직구 대행 이용 송금
보이스피싱 대응이 강화돼 범죄수익 입출금이 어려워지자 상품권 구매 등으로 우회해 피해금을 세탁하거나, 해외직구 대행으로 위장해 국외로 송금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 검거됐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보이스피싱 대응이 강화돼 범죄수익 입출금이 어려워지자 상품권 구매 등으로 우회해 피해금을 세탁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사기·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1차 수금책 정모(46) 씨 등 39명을 검거하고 이 중 5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중간 수금책 박모(41) 씨 등 13명도 같은 죄명으로 검거했다. 이 중 9명을 구속했다. 송금책 이모(33) 씨 등 13명은 사기·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8명을 구속했다.
1차 수금책 정 씨 등은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24억원 피해금을 현금으로 직접 받거나 용도를 속여 만든 사업자등록증과 사업자 계좌로 이체받아 상품권을 구매한 뒤 중간 수금책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중간수금책 박 씨 등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수도권에 상품권매매소 5개를 차려놓고 피해금 30억원을 공범 계좌로 반복 이체해 돌린 뒤 송금책에 전달하고, 거래에 맞춰 상품권을 거래한 것처럼 금융당국 등을 속인 혐의가 있다.
송금책 이 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서울 명동에 해외직구 대행사무실을 차려놓고 전국 중간 수금책이 세탁한 피해금 82억원을 거둬들여 조직 해외 계좌 하루에 400만원에서 최대 7억원을 송금한 뒤 수수료 약 5억원을 챙긴 혐의가 있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수금책은 유형별로 △상품권 구매형 △상품권 구매 가장형 △해외직구 대행 가장형으로 나뉜다. 상품권 구매형은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사람에 "상품권을 사서 실적을 높이면 저리 대출을 알선해 주겠다"고 접근한다.
국세청 홈텍스에서 사업자등록을 하라고 요구하거나 은행에서 일일 결제한도액을 최대한 높여 사업자 계좌를 개설하고 통장과 체크카드를 발급받게 하라고 지시한다. 이후 피해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해 수금책에게 전달할 것을 지시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상품권 구매 가장형은 해외 조직원이 한국 지인에 "피싱 수익금을 입금할 테니 상품권을 사고팔 것처럼 광도를 올리고 거래 대화 내용과 명세표를 만들어 세탁해 주면 10% 수수료를 약속하겠다"라고 접근해 수금책을 모집한다.
그렇게 모집한 수금책에게 국세청 홈텍스에서 상품권 매매 사업자를 최대한 많이 만들라고 지시하거나, 상품권을 사고판 것처럼 SNS 대화와 거래명세표를 허위로 만들라고 한다. 경찰 조사받으면 허위 명세표 등을 제출해 혐의없음으로 빠져나가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해외직구 대행 가장형은 피싱 돈을 해외직구 대행비로 세탁해 주면 수수료 10%를 약속하겠다고 접근한다. 이후 대행비를 해외 계좌로 입금하게 한다.
경찰은 최근 범죄수익 입출금이 어려워지자 우회로를 찾은 것이라 본다. 은행 ATM 현금 출금이 어려워지자 은행 창구를 이용하고, 그것도 어려우면 금과 상품권 구매를 이용한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상품권으로 세탁하거나 계좌 이체를 반복해 피해금을 세탁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간편 사업자등록 제도 개선이나 금융기관 사업자 계좌개설 및 관리, 상품권 업자 사업자 판매 제한 설정 등 관계기관과 내용을 공유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일반 시민도 자칫 쉽게 포섭돼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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