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업무상과실치사상 공판…무전 부관 등 증인 출석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기소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이 사고 발생 전 위험성을 알리는 무전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과실범 성립에 무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받는 이 전 서장 등 5명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이 전 서장의 무전 부관 역할을 했던 경사 최모 씨와 전속 운전기사 서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무전 부관은 경찰서장이 여러 무전을 듣는 데 보조하는 역할이다. 최 씨는 이 전 서장이 지난해 10월29일 참사 당일 삼각지역 인근 집회·시위를 관리할 때부터 참사가 발생하고 이태원파출소로 이동한 뒤까지 동행했던 인물이다.
검찰은 참사 당일 오후 9시47분쯤 식사 후 이 전 서장이 이태원파출소로 이동했으며 그 과정에서 용산서 자서망(교선용 무전망) 등에서 다급한 무전과 비명이 계속 흘러나왔다고 본다. 인파가 몰려 압사 사고가 발생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날 검찰은 지난달 무선망 검증기일 당시 이 전 서장 측이 '참사를 예견할 만한 무전을 알아듣지 못했다'라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혐의가 성립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의견서를 냈다. 주의 의무 위반과 인과 관계 등이 인정되면 과실범이 성립된다는 주장이다.
최 씨는 검증기일 당시 '무전을 알아듣지 못했다'라는 이 전 서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참사 발생 20분 뒤인 오후 10시35분쯤 송모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이 최모 당시 형사과장(경정)을 부르는 무전을 들은 것은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실에 알아보라고 지시를 받은 최 씨는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계속 들어 온다고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압사 사고가 발생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본다.
다만 최 씨는 "(상황실에) 특이한 상황이냐고 물었더니 '없다'라고 답해 그렇게 보고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검찰이 '압사'라는 말과 특이하다는 말이 양립할 수 없지 않냐고 되물었고 최 씨는 "특이사항이 없다는 것에 각인됐다"라고 답했다.
파출소 도착 전인 오후 9시57분쯤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이 통화한 뒤 '1개 차로를 확보했다'는 내용을 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해당 보고를 통해 이 전 서장이 인파가 몰린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의심한다. 다만 "특이사항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
이 전 서장 측은 최 씨의 '특이사항 없다고 들었다'는 진술을 다시 이끌었다. 이 전 서장 측은 "이 전 서장이 특이사항 없냐고 물어 ‘없고 관리 중’이라고 송 전 실장이 답한 내용을 듣지 않았냐"고 다시 물었다. 최 씨는 "그렇다"고 말했다.
서 씨 신문에서 검찰은 이 전 서장이 인파가 몰린 것을 조치하기보다는 대통령 관저 부근 교통상황을 걱정했지 않았냐고 물었다. 서 씨는 "그쪽 상황을 봐야 하지 않겠냐고 지시하셔서 차를 꺾어 내려왔다"고 답했다. 어느 쪽에 신경 썼냐는 질문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 측은 "대통령 관저만 보면 되는데 다시 한참 내려가서 용산구청으로 돌지 않았냐. (검찰 주장대로) 관저만 살펴보면 되지 이태원으로 갈 이유가 없지 않냐"라고 물었다. 이에 서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은 지난해 10월29일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 인파가 몰려 사상 위험이 예견됐는데도 조치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서장은 부적절한 참사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를 작성하고 행사한 혐의도 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