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취사 금지'에도 텐트 치는 피서객
밤마다 버스킹 소음에 더해 폭죽 '팡팡'
청소업체 "폭죽 쓰레기 치우기 힘들어"
[더팩트ㅣ인천=이덕인 기자] 광복절 징검다리 연휴 기간에 찾은 인천 중구 영종도 선녀바위 해수욕장. 이른 오전 아름다운 해돋이를 기대한 취재진의 눈을 사로잡은 건 해변을 뒤덮은 쓰레기였습니다.
14일 오후 6시. 선녀바위 해수욕장에 200여명의 피서객들이 물놀이와 캠핑을 즐깁니다. 백사장 중앙 현수막에는 '캠핑·텐트·취사 금지구역' 안내 문구가 버젓이 걸려 있지만, 피서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텐트를 꺼냅니다.
해변 곳곳 10여개의 텐트가 설치돼 있고, 버너를 이용해 음식물을 준비하는 이들도 보입니다. 해수욕장에는 컨테이너 사무실로 이뤄진 '해변관리소'가 있지만, 직원은 보이지 않습니다. 해수욕장 옆에서 10년째 상점을 운영 중인 A씨를 만났습니다.
[상점 10년 운영 A씨/인천 선녀바위 해수욕장: (텐트·취사 관련) 중구청에 민원 넣으면 그냥 형식적인 단속만 해요. 쓰레기는 감당이 안 되니까 구청에서 매일 청소해요. 안 그러면 완전히 난장판이에요.]
오후 8시 을왕리 해수욕장. 이곳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백사장에는 조금씩 거리를 두고 5개 팀이 버스킹을 펼칩니다. 버스킹을 즐기는 피서객들도 있지만, 조용한 파도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들은 원치 않는 소음에 인상이 찌푸려집니다.
구청에 미리 허가받지 않은 버스킹은 소음 유발 이유로 금지돼 있습니다. 해변 내 소음이 끊이질 않는 데는 폭죽놀이도 한몫합니다. 어둠이 내려앉는 바다 위에 수많은 폭죽이 터집니다.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에 뿌연 연기는 하늘을 덮습니다.
해변을 걷거나 돗자리에 앉은 피서객 근처에서 폭죽들이 터져, 위험한 상황도 연출됩니다. 폭죽을 즐기던 20대 한 커플은 근처 피서객에게 불꽃이 튀자 사과를 합니다. 근처 피서객들은 불안함에 자리를 떠납니다.
[폭죽 피해 피서객 B씨/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폭죽 주변에) 사람이 있으니까 사람 많은 곳에서는 자제를 해야 되겠죠.]
해수욕장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해수욕장에선 허가받지 않은 '장난감용 꽃불' 폭죽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폭죽 판매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서 일대 상점에서는 제한 없이 폭죽을 팝니다.
광복절 징검다리 연휴인 14일 밤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왼쪽). 휴가철이면 영종도 해수욕장들이 캠핑, 폭죽, 쓰레기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인천=이덕인 기자 |
다음 날인 15일 오전 다시 찾은 선녀바위 해수욕장. 백사장에는 폭죽을 비롯해 부탄가스, 술병, 돗자리 등 피서객이 남긴 쓰레기로 가득합니다. 먹다 남은 음식물 주변에는 갈매기들이 모입니다.
인근 을왕리·왕산 해수욕장도 상태는 마찬가지입니다. 폭죽들이 해변에 꽂혀있고,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돗자리가 그대로 널브러져 있습니다. 쓰레기에 둘러싸인 소화전은 처량해 보입니다. 해수욕장 청소 용역업체 직원 C씨는 가득 쌓인 쓰레기를 보며 한숨을 내쉽니다.
[청소업체 직원 C씨/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6시 반부터 일했어요. 주중에는 6명이 해요. 주말에는 12명이 하고요. (피서객들 음식물) 먹고 나서 돗자리 위에 끌어다가 버리고 가요. 폭죽 치우는 게 제일 힘들어요.]
가족과 여행 중이라는 60대 김순묵씨는 손수 비닐봉지를 구해 바다에 떠 있는 폭죽 쓰레기를 주워 담습니다.
[김순묵씨/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바다를) 공짜로 누리잖아요. 20분, 10분만 왔다 갔다 하면서 쓰레기 주워도 (환경에) 큰 도움 되니까요. 제가 하니까 2~3명이 (쓰레기 줍기) 하더라고요.]
김순묵씨를 비롯한 몇몇 피서객들은 해변을 1시간 이상 돌며 바다에 버려진 폭죽 등 쓰레기를 치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