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전문인력 100명 입국…최소 6개월 서울서 가사 서비스
실수요자 사이에서 우려 목소리…육아보다 간병 시급 의견도
올해 안에 외국인 가사도우미 100명이 입국해 가사·육아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열린 여성기업주간 여성경제인의 날 유공자 정부포상 수여식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아기띠를 착용해 보고 있다./뉴시스 |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올해 안에 외국인 가사도우미 100명이 입국해 가사·육아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는 저출생 원인으로 지목되는 맞벌이 가정의 육아부담과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논의된 배경과 찬반의견, 실효성 등에 대해 짚어봤다.
◆한국어·영어 능력, 경력 등 검증…최저임금 적용 월급 200만원대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외국인 가사·육아 노동자 도입 대상은 서울시 전체 자치구로, 약 100명을 투입한다. 이용자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임산부 등이며, 고용 기간은 6개월 이상 가능하다.
정부는 신뢰성 있는 인력확보를 위해 가사서비스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우선 가사도우미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발급받아 국내로 들어오게 되는데, E-9 비자가 적용되는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 송출 국가는 16개국이다. 이중 특히 필리핀 출신 가사 근로자는 자국 직업훈련원에서 6개월간 훈련받은 뒤 수료증을 발급받아야 외국에서 일할 수 있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의 관련 경력·지식, 연령, 한국어·영어 능력,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정신 질환자, 마약류 중독자이거나 범죄 이력이 있으면 선발하지 않는다.
국내 입국 전후에는 한국 언어·문화, 노동법 등을 교육받는다. 국내 가사 근로자 서비스 제공 기관에 배정된 뒤에는 국내 가정으로 실무 투입 전 아동학대 방지를 포함한 가사·육아, 위생·안전과 관련한 교육을 받는다.
고용 형태는 가사근로자법상 정부인증을 받은 서비스 제공기관이 직접 이들을 고용해 각 가정에 통근형으로 파견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근로조건은 최저임금과 4대 보험 가입을 보장하는 내국인과 동일하다. 월급은 200만 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 역시 적용되지만 휴게·휴일, 연차휴가 등 일부 규정은 적용 제외된다. 이 경우 숙소는 서비스 제공기관이 마련하며, 서울시가 1억5000여만 원의 예산을 통해 숙소비와 교통비, 통역비 등 초기 정착 소요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달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 인력 도입 전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서울시 |
◆육아 부담 증가 내국인 종사자 감소…서비스 질 저하 등 우려도
정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는 왜 도입하려고 할까.
육아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내국인 종사자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한국인 가사·육아 도우미 취업자는 2019년 15만 6000명, 2020년 14만 4000명, 2021년 12만 1000명, 지난해 11만 4000명으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내국인 가사 도우미의 시간당 임금(출퇴근형)은 1만 5000원이다. 입주형은 서울 기준 월 350만~450만 원을 부담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도 선뜻 고용하기 부담되는 금액이다. 고령화도 뚜렷하다. 내국인 가사·육아 인력 취업자는 63.5%가 60대 이상, 28.8%가 50대다.
이상임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부모가 육아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사정이 있을 때 대체해줄 인력이 필요하다"라며 "이때 많은 선택권을 제공해 상황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국인 가사도우미제도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가사·육아서비스 질 저하, 한국 중년여성 일자리 감소 등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언어와 문화 장벽이 있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올바른 육아를 해낼 수 있을지, 그 차이를 해소할 수 있을지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 200만 원 수준의 급여도 부담스럽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에 적극적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문화도 다르고 말도 서툰 외국인에게 아이를 맡기며 200만 원 이상을 주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저임금을 지급하면, 동일업무 근로자들의 노동 가치 하락 등이 우려된다. 또 외국인근로자가 몰리면서 내국인 가사도우미 인력이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유입이 출생율 증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외국인 가사노동자 관련 공개 토론회'에서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를 도입한 아시아 4개국(일본·싱가포르·홍콩·대만)의 합계 출생률은 모두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적정 수준의 임금 가이드라인 설정, 직무의 범위 등 고용 관계를 둘러싼 제반 규정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성급하게 제도를 도입할 경우 돌봄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고용부는 "국민적 관심이 큰 시범사업인 만큼 향후 다양한 현장의견 수렴, 실질적 수요조사 등을 토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돌봄은 육아보다 '간병' 시급 주장도
일각에서는 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시급한 것은 육아보다 노년층 간병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년이 길어진 만큼 간병 기간도 늘어나게 된다. 수발 등 신체적 도움이 필요한 간병 돌봄은 누구에게나 갑자기 닥칠 수 있다.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가정에서는 노인들을 돌봐줄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간병비도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간병도우미료는 1년 전보다 11.4% 상승했다.
간병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하루 기준 13만~15만 원, 한 달 기준 400만~500만 원가량 소요된다. 중환자가 있는 가정의 경우 가계가 파탄이 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서울시청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 인력 도입 전문가 토론회'에서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급속한 인구고령화에 대비 외국인 가사(육아) 인력 뿐만 아니라 외국인 간병 및 노인돌봄 인력 도입도 시급하게 검토가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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