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종결권 축소 개정안 입법예고
경찰들도 우려-환영 의견 엇갈려
전문가들 "경찰 수사 인력부터 늘려야"
법무부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가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경찰 내 분위기는 양분된다. 사진은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열린 제39기 신임 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아산=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이장원 인턴기자]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축소하는 수사준칙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가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경찰 내 분위기는 양분된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보완수사 기한 및 요구시한 설정 △검찰 경찰 간 보완수사 분담 △수사기관의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 부과 등의 조항이 담겼는데,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축소하는 반면 검찰의 수사 범위를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 "수사준칙은 민생준칙"이라는데
법무부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사건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수사가 지연됐기 때문에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난 2021년 1월 이후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들 중 24.3%가량이 최소 6개월 이상 이행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실시된 대한변호사협회가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1%가 "수사권 조정 후 경찰의 수사지연이 심각해졌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서 고발인 이의신청권이 삭제되면서 국민 보호에 공백이 생겼다는 입장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수사권 조정 취지가 흔들린다는 우려와 인력난 탓에 차라리 잘 됐다는 분위기가 공존한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수사권 조정 이후 이제야 경찰이 수사의 주체자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다시 수사권과 종결권을 축소시킨다고 하니 현장에서는 우왕좌왕한다"며 "수사권의 주체로서 직접 종결을 하는 책임 수사를 하는 것과 검사의 지시를 받고 종결하고 의견을 듣는 것은 좀 다르다.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경찰로서 수사에 대한 주체성이 남아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반면 개정안을 환영하는 의견도 있다.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이유다.
수도권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한 간부는 "표면상으로는 경찰이 반발하는 것 같지만 현장 경찰관들은 내심 잘됐다고 생각하기도 한다"며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량이나 업무 처리 시간이 최소 1.5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또다른 간부도 "경찰 자체에 사건들이 많이 정체돼 있다보니 (검찰이) 보완수사 지시를 내려도 정체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정안의 찬반 여부를 떠나 경찰 수사 인력을 늘리고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입을 모았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지연 등의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현 제도의 틀 안에서 해결책을 찾을 것을 조언했다. 사진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일이었던 지난달 23일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법정에 앉아 있는 헌법재판관들의 모습. /이새롬 기자 |
◆ 전문가 "제도틀에서 해결책 찾아야"
전문가들은 경찰 인력 재배치 등 현행 제도 안에서 해결책을 찾을 것을 조언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현실적으로 보면 지금 경찰의 수사량이 예전보다 훨씬 증가하면서 수사 지연 사례들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찰 내에서의 재배치나 재분배, 전문 분야 수사경찰의 특별 채용 등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는 식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김태일 참여연대 권력감시1팀장은 "경찰의 수사 역량을 보완하거나 인력 충원이 아니라 바로 검찰 쪽으로 수사권을 돌리는 것은 법 취지와 충돌할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위헌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발인 이의신청권에 대해서는 과거의 법제와 달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계속 지적이 됐다"라며 "법의 공백을 메우는 시행령을 위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bastianle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