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취급받는 모바일면허증
정부 대대적 홍보 강화 계획 중
정부가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도입한지 만 1년이 됐지만 실제 사용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뉴시스 |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실물이 아니면 곤란해요."
정부가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도입한지 만 1년이 됐지만 실제 사용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정부는 실물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는 셈이다.
도입 1년인 지난달 28일 서울의 중구 한 소형 마트. 모바일 면허증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묻자 "실물 카드만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마트 직원은 "모바일 면허증은 미성년자가 위조하는 등 사건사고가 있어서 실물로만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서울 중구에서 만난 20대 여성 A씨는 "마트에서 모바일 면허증은 안 된다고 해서 술을 못 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에서도 모바일 면허증은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 20대 여성 B씨는 "실물카드를 안 들고 다녀도 돼서 편하지만 가끔 실물 신분증 외엔 인정해주지 않는 술집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양모(26) 씨는 "일부러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안 들고 다니는데 실물카드를 요구하며 거절하는 곳도 있다"며 "국가에서 허락하면 뭐하나. 거부하면 실물을 안 가지고 다니는 나만 바보된 기분"이라며 불쾌해 했다.
공공기관은 비교적 문턱이 낮은 편이지만 여전히 원활하지는 않다. 서울시청도 임시 출입증을 받기 위해서는 실물 신분증이 필요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분증을 여기(안내데스크)에 맡겨야 되기 때문에 아직 모바일 면허증은 쓸 수 없다"며 "운전면허증이나 여권 등 실물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여러 불편함 탓에 모바일 면허증을 발급받고도 그냥 실물카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20대 여성 B씨는 "지갑을 안 가지고 나왔을때 쓰긴 하는데 (모바일 면허증은) 사용하기 복잡하고 속도도 느려서 자주 쓰진 않는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C씨는 "관공서에서 신분증 사본을 요구할 때 모바일면허증 캡처본이 가능한지 명확하지 않다"며 "그냥 일반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기도 하는 등 사용처나 사용방법에 제한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도입한지 만 1년이 됐지만 실제 사용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
다만 편의점은 모바일 면허증 사용이 정착한 편이다. <더팩트>가 방문한 서울 시내 세븐일레븐·GS25·CU·이마트24 등 대부분 편의점 직원들은 흔쾌히 "앱을 보여달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CU 관계자는 "고객이 QR코드를 보여주면 포스기로 상품 바코드 찍듯이 하면 된다"며 "모바일 운전면허증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현장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모바일 면허증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가게 사장님들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이 몰라서 거절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식을 높이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공익광고도 활용하고 전 지자체·중앙부처에 대국민 홍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입) 1년이 됐는데도 아직도 모르는 분들이 있는 걸을 보면 정책이 앞만 보고 간다고 되는 게 아니라 뒤도 보면서 알리면서 가야된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며 "홍보 강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 6월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근거를 받은 주민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통과)되면 내년 하반기쯤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발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바일 면허증은 앱을 통해 발급받을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이달 13일까지 발급한 모바일 면허증 발급 건수는 총 151만4000건으로, 전체 면허증 발급 건수의 16.6%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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