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내기 논란' 총경 인사 여진…흔들리는 경찰청장 리더십
입력: 2023.08.01 00:00 / 수정: 2023.08.01 00:00

'경찰국 반대' 류삼영 사직…'총경 회의' 참석자 좌천 
류삼영 외 징계 없다더니…'수사통' 강일구 좌천 눈길


경찰청은 지난달 27일 총경 344명에 대한 정기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보복인사 논란이 일으면서 전보 인사권을 갖는 윤희근 경찰청장 리더십은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동률 기자
경찰청은 지난달 27일 총경 344명에 대한 정기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보복인사 논란이 일으면서 전보 인사권을 갖는 윤희근 경찰청장 리더십은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청이 단행한 하반기 총경 전보 인사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좌천성 인사에 조직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총경 전보 인사권을 갖는 윤희근 경찰청장 리더십은 흔들리는 모양새다.

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달 27일 총경 344명에 대한 정기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권에 김용환 충남 태안경찰서장,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장에 고석길 경찰청 수사기획담당관, 고 총경 후임으로 이진수 서울 노원경찰서장이 발령됐다.

이번 하반기 인사는 상반기에 이어 총경 회의 관련자가 좌천된 점이 특징이다. 총경 회의를 주도해 징계받은 류삼영 총경은 울산경찰청 치안지도관에서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됐다. 류 총경은 31일 '보복인사'라며 사직서를 냈다.

112상황팀장은 올해 총경 복수직급제가 시행되면서 총경으로 갓 승진한 경찰관이 발령되는 자리로 여겨졌다. 민갑룡 전 경찰청장과 경찰대 동기이자, 윤희근 경찰청장의 3기수 선배인 류 총경이 상황팀장에 발령된 것은 좌천성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총경 회의 참석자로 알려진 이병우 총경은 지난 2월 상반기 인사 당시 경기 의정부경찰서장에서 충북경찰청 112상황팀장으로 좌천된 바 있다. 이번 하반기 인사에서는 세종경찰청 생활안전교통과장으로 다시 이동했다.

상반기 당시 경감급·경정급인 각 경찰인재원 교육행정센터장과 경찰수사연구원 교무계장로 발령된 이은애 총경과 황정인 총경은 유임됐다. 이 총경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으로 수사권 조정에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 인사 대상자로, 총경 회의 참석자로 알려졌다.

류삼영 총경은 31일 오전 서울 중구 경찰기념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7일 울산경찰청 치안지도관에서 경남청 112상황팀장으로 전보된 것을 보복인사라고 규정하고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최의종 기자
류삼영 총경은 31일 오전 서울 중구 경찰기념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7일 울산경찰청 치안지도관에서 경남청 112상황팀장으로 전보된 것을 '보복인사'라고 규정하고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최의종 기자

눈에 띄는 것은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을 지내다 서울 성동경찰서장으로 근무했던 '수사통' 강일구 총경이 서울청 112상황팀장으로 발령된 점이다. '갑질 의혹'으로 입건된 금호파출소장 논란이 있으나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수사팀장을 지냈고 수사권 조정에 적극적이었던 강 총경 좌천은 의미심장하다.

경찰공무원법에 따르면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다만 총경 전보 인사는 경찰청장이 한다. 이번 인사는 전보 인사로 경찰청장 '의지'가 달린 일이나, 윗선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견이 있다.

지난해 8월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직후 단행된 하반기 인사에서는 윤 청장 의견이 일정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강일구 총경이 서울 성동서장으로 발령됐다. 그러나 지난 2월 상반기 인사에서 총경 회의 참석자 대부분 좌천돼 리더십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 류삼영 총경을 제외하고 총경 회의 참석자 54명을 놓고 징계하지 않기로 했으나, 지난 2월 상반기 인사로 좌천돼 '보복인사' 비판이 일었다. 경찰국 설치 이후 본격적인 인사라 행안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올해 하반기 인사에서 류 총경 등 총경 회의 참석자를 좌천하는 결과가 나오면서 윤 청장의 리더십이 의심받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놓고 국무조정실이 경찰관 6명부터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조직이 위기에 직면했으나 '청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윤희근 경찰청장뿐만 아니라 역대 청장 가운데 제대로 의지가 반영된 적은 없다. 그만큼 경찰 조직이 정치권력에 취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며 "여든 야든 이제는 정치권에서 경찰 조직의 정치적 독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봤다.

bell@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