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여성이슈 올려 퇴출…게임업계 '부당해고' 논란
입력: 2023.08.01 00:00 / 수정: 2023.08.01 00:00

게임 작가, 입사 전 SNS 글 문제
인권위 권고에도 논란 되풀이
"젠더갈등 여지 적은 게임 개발"


지난 26일 모바일 게임 개발사인 프로젝트 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A씨와 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림버스 컴퍼니 SNS 갈무리
지난 26일 모바일 게임 개발사인 '프로젝트 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A씨와 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림버스 컴퍼니 SNS 갈무리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게임업계에서 개인 SNS에 여성 이슈를 올렸다는 이유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해고됐다. "게임업계 내 여성 혐오 및 차별적 관행을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온지 3년이 지났지만 '사상검증' 뒤 업계에서 퇴출되는 관행이 도마에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모바일 게임 개발사인 '프로젝트 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러스트레이터 A씨와 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김지훈 총괄디렉터는 "A씨의 작업물을 게임 내에 포함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사회적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는 개인 SNS 계정이 회사와 연관될 가능성만큼은 없애 달라고 당부해왔다. 주의를 드렸던 사내 규칙에 대해 위반이기에 A씨와 계약을 종료한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문의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 이용자들은 '여성 캐릭터가 비키니가 아닌 해녀 복장을 입고 있다'며 "일러스트레이터가 페미니스트일 것"이라며 문제삼았다. 이들은 '별점 테러'를 하고 소속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A씨의 SNS에 불법촬영 규탄 시위와 낙태죄 폐지 등 페미니즘 이슈 글이 게시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부 이용자들은 A씨에게 '남성혐오' 의혹도 제기했다. 일부는 프로젝트 문 본사를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다만 글 게시 시점은 A씨가 프로젝트 문에 입사하기 전이었다.

A씨의 해고에 노동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청년세대 노동조합 경기청년유니온은 "직원의 SNS 활동이 회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요청했다면서 마치 사상검증이 아닌 회사 측의 당연한 권리이자 노동자가 회사와 직원들에게 민폐를 끼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불법촬영에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하거나 동의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징계와 처벌, 해고 등은 취업규칙에 따라야 한다"며 "직원의 SNS 활동을 근거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부당해고 판단에 무게를 싣는다. 임득균 노무사는 "개인 SNS 글이더라도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는 해고할 수는 있다"면서도 "사회통념상 고용할 수 없는 정도가 돼야 한다. 이번 경우는 입사 전 글이고 A씨가 회사와 관련된 사람이라는 것을 부각시키며 작성하지도 않았기 떄문에 부당해고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훈 총괄디렉터는 A씨의 작업물을 게임 내에 포함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사회적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는 개인 SNS 계정이 회사와 연관될 가능성만큼은 없애 달라고 당부해왔다. 사내 규칙에 대해 위반이 발생한 건이기에 A씨와 계약을 종료한다고 말했다. /림버스 컴퍼니 SNS 갈무리
김지훈 총괄디렉터는 "A씨의 작업물을 게임 내에 포함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사회적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는 개인 SNS 계정이 회사와 연관될 가능성만큼은 없애 달라고 당부해왔다. 사내 규칙에 대해 위반이 발생한 건이기에 A씨와 계약을 종료한다"고 말했다. /림버스 컴퍼니 SNS 갈무리

A씨와 비슷한 이유로 게임업계 여성 노동자들의 불이익 논란은 빈번했다. 이에 인권위는 2020년 페미니즘과 관련해 여성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계약중단 등을 당한 사건을 놓고 업계 내 여성 혐오와 차별적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당시 인권위는 "피해자들은 페미니즘 관련 글을 공유하거나 지지했다는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다수의 게임 이용자에게 혐오 표현의 대상이 됐다"며 "이용자들의 요구로 사실상 업계에서 퇴출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사 측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일 뿐, 사상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인권위는 "소비자의 요구가 인권·정의와 같은 기본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면, 무시하거나 소비자를 설득·제재하는 것이 책임 있는 기업의 모습"이라며 "여성 종사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젊은 세대가 젠더갈등에 예민해 과도하고 불필요하게 문제를 오해하는 것 같다"며 "사회적으로 젠더갈등이 완화돼야 이같은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 교수는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현재는 남녀 캐릭터의 외적인 측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게임들이 많다. 닌텐도 게임과 같이 게임성이 높은 게임을 개발해 젠더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줄이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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