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폐지 기로…압박 '최고조'
입력: 2023.07.20 05:00 / 수정: 2023.07.20 05:00

서울시의회, 추경으로 이례적 161억 증액
등록금 인상 시 재정지원 중단, 학생 반발


서울시의회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서울시립대 지원 예산을 161억 원 증액하면서 경영 합리화에 대한 압박도 커졌다. 서울시의회 본회의 모습. /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서울시립대 지원 예산을 161억 원 증액하면서 경영 합리화에 대한 압박도 커졌다. 서울시의회 본회의 모습. /서울시의회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서울시의회가 추경으로 서울시립대 지원 예산을 161억 원이나 증액하면서 시의회가 요구하는 반값등록금 폐지에 대한 압박도 커졌다.

시립대는 학생들 반발 뿐만 아니라 등록금 인상에 따라 정부 재정지원 중단이 예상돼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20일 서울시와 시의회, 서울시립대 등에 따르면 올해 시립대 예산은 서울시가 제출한 577억 원에 비해서 100억 원이나 깎였지만, 이달 5일 통과한 추경 예산안에서 161억 원이 증액됐다. 이는 2012년 이후 추경 규모 중 가장 큰 금액이다.

시의회는 대학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추락한 시립대가 최근 등록금 정상화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쇄신 움직임을 본격화함에 따라 전향적으로 추경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시립대는 지난 2012년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전국에서 처음으로 '반값등록금(등록금 50% 인하)'을 시행한 이후 등록금을 10년째 동결했다.

시립대 반값등록금 정책에 제동이 걸린 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시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면서다. 권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넘어갔고, 시의회는 올해 시립대 지원 예산을 서울시가 제출한 577억 원에서 100억 원 삭감했다.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춘 시립대의 반값등록금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을 촉구했다. 반값등록금 시행 뒤 서울시립대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근거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의 세계대학순위에서 서울시립대는 2012년 500위권에서 2022년 800위권으로 밀려났다. 또한 시립대 휴학률이 서울 소재 대학의 평균 휴학률 22.9%보다 높은 27.9%라는 점도 지적됐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등록금 부담이 적으니 '반수'를 위해 거쳐 가는 대학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대학이 돼 버렸다"며 "반값등록금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QS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지난해 800위권에서 올해 또다시 997위로 급락한 것에 대한 향후 대책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립대는 반값등록금 정책 폐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우선 학생들의 반대가 크다. 또 현실적인 등록금 인상폭을 감안하면 재정 개선 효율이 현저히 낮을 수 밖에 없고, 등록금 인상에 따라 정부 지원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립대 관계자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입학할 때 낮은 수준의 등록금이 갑자기 오른다고 하면 신뢰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부담을 학생에게만 전가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학교 위상이 하락한 것은 예산을 투자한 만큼 효율성이 없는 서울시의 학교 운영 지원과 방식의 문제라고 밝혔다. /뉴시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학교 위상이 하락한 것은 예산을 투자한 만큼 효율성이 없는 서울시의 학교 운영 지원과 방식의 문제"라고 밝혔다. /뉴시스

시립대 총학생회는 "학교 위상이 하락한 것은 예산을 투자한 만큼 효율성이 없는 서울시의 학교 운영 지원과 방식의 문제"라며 "이에 대한 개선 없이 무고한 학생들에게 등록금 부담을 떠안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 지원이 끊기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고등교육법에서는 등록금을 직전 3개년 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까지 인상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내리는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인상을 막아왔다.

등록금 인상이 가능한 폭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이다.

200만∼300만 원 가량이었던 서울시립대 한 학기 등록금은 2012년 인문사회계열 약 102만 원, 공학계열 135만 원 등으로 줄었고, 올해까지 12년째 동결됐다. 올해 서울시립대 학생 1인당 평균 연간 등록금은 약 239만 원으로 사립대 평균 757만3700원, 국·공립대 평균 420만5600원에 크게 못 미친다.

시립대 관계자는 "2012년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하면서 시립대 등록금이 국립대의 반값, 사립대는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등록금을 올린다고 해도 2012년 이전 등록금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25년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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