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권 침해' 등록금 반환 소송 패소
비대면 끝난 캠퍼스엔 낯선 얼굴들
반수·휴학·자퇴·중도탈락 더 늘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고 있던 지난 2020년 2월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에 캠퍼스 내 관광객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문에 붙어 있다. /이덕인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코로나19 대유행기에 입학한 '코로나 학번' 20·21학번들은 어느새 고학년이 됐다. 하지만 등록금 반환소송 2심까지 패소해 경제적 보상은 요원해졌다. 반수·휴학·자퇴·중도탈락 등 캠퍼스를 떠나는 이들도 과거보다 늘어났다. 그동안 비대면 생활로 취약한 네트워크가 취업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코로나 학번'의 한숨은 깊어진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성지용 부장판사)는 지난 6일 대학생 180명이 숙명여대와 서강대, 한양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10개 사립대와 정부를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학교법인이 제공해야 할 교육 서비스가 '대면 수업'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등교육법상 등록금심의위원회가 반드시 대면 수업을 전제로 등록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지 않았고 교육부도 원격수업 교과목 수 등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들은 학교가 등록금을 받았는데도 시설을 사용하지 못해 '시설사용료'와 실험 실습수업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등록금이 사용처 등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대학 생활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점은 '안타까운 측면'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법원이 학습권 침해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리엔테이션'과 'MT(엠티·Membership Training)' 등 선배 또는 동기들과 어울리고 학교생활에서 경험을 축적할 기회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는 분석이다.
이전보다 휴학과 자퇴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비대면 수업에 경기 침체 영향으로 반수생이 증가해서다. 지난달 24일 통계청과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이 공동으로 연 제3회 한국의 사회동향 포럼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 입학한 일반대학 신입생 휴학률은 늘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신입생 휴학률은 2019년 17.8%에서 2021년 19.1%로 늘었다. 중도탈락률은 7.3%에서 7.9%로 증가했다. 중도탈락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자퇴와 미등록, 미복학, 학사경고 등 사유로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다.
서울고법 민사9부(성지용 부장판사)는 지난 6일 대학생 180명이 숙명여대와 서강대, 한양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10개 사립대와 정부를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남용희 기자 |
대학 생활과 별개로 취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코로나 학번의 '네트워킹'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불리한 위치라는 아쉬움도 있다. 이공계의 연구실 등이나 인문·사회계 학회 등 인간관계를 맺을 기회가 이전보다 적었다는 것이다.
숙명여대 재학 중인 21학번 옥모(22) 씨는 "오리엔테이션은 줌으로 진행했다가 올해부터 대면 수업을 진행해 처음 보는 분들이 많았다. 저보다 20학번 선배들은 연구실이나 학회 등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건국대를 졸업한 20학번 김성윤(26) 씨는 "수업이라든지 엠티라든지 교수님이나 친구들과 상호작용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라며 "네트워킹이 적다 보니 취업 시장에서 얻는 정보도 이전보다 적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와 '현재' 취업 상황 사이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 지난해 취업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했다. 다만 향후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며 실업 '낙인 효과'가 없도록 정부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코로나19로 이공계보다 인문계열의 취업이 어려운 점이 두드러진 측면이 있다"라며 "실업기간이 길어지면 낙인 효과가 있기에 정부가 일자리 경험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봤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