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유기' 신중한 수사 지적도
불법체류자 등 이주아동 제도 개선 시급
경찰청은 지난 6일 오후 2시 기준 유령 아동과 관련 지방자치단체 등의 협조 요청과 수사 의뢰 등 통보된 사건은 총 867건으로 사망 27, 확인 중 677건, 확인 163건이라고 밝혔다. 780건을 수사 중이며 87건을 종결했다. /김세정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감사로 출생 미신고 아동인 이른바 '유령 아동'이 2232명으로 확인됐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전수조사를 벌여 범죄가 의심되는 사례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신속한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2시 기준 유령 아동과 관련 지방자치단체 등의 협조 요청과 수사 의뢰 등 통보된 사건은 총 867건으로 사망 27건, 확인 중 677건, 확인 163건이다. 780건을 수사 중이며 87건을 종결했다.
'수원 영아 냉동고 유기 사건'을 계기로 '유령 아동'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면서 베이비박스에 아이들 두고 간 친모를 상대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마냥 처벌만 하기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오히려 불법 입양 등 범죄가 늘 수 있어서다.
이에 앞서 이다정 간호사와 박숙란, 최석봉 변호사가 결성한 프로젝트팀 '사회적 부모'는 B형간염 1차 예방접종 미이관 사례는 미출생신고 아동의 당사자 정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감사원에 감사제보를 했고 지난 1·3·4월 5년 치 사례 정보공개 신청을 했다.
한 차례 감사제보가 거부당했으나 '사회적 부모'와 접촉한 감사관이 지난 3월 보건복지부 정기감사 담당 감사관에 사안을 설명했다. 이를 통해 감사원은 출생 미신고 아동 2236명을 찾아냈고, 복지부는 전수조사를 벌였다.
국회에서는 뒤늦었지만 제도 보완을 위한 입법 논의가 한창이다.
의료기관이 아이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지자체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가 이제서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지난달 30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압도적인 찬성 의견으로 통과됐다.
다만 임산부의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보호출산제' 법안은 계류 중이다. 복지부는 조속히 입법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소병철 의원은 각각 지난해 6월과 올해 6월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조성은 기자 |
한편 또 다른 사각지대인 '이주아동'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2022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19세 이하 불법체류 외국인은 5078명이다. 이 수치는 체류기간이 만료된 경우만 산출한 것으로 미등록 이주아동은 배제됐다.
이들은 부모가 불법체류자여서 출생신고를 못 하거나, 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생부 사이에서 출생했는데 생부가 연락을 끊거나 혼외자여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내 출생 미등록 이주아동 규모를 약 2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소병철 의원은 각각 지난해 6월과 올해 6월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정부에 부모 법적 지위 등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 출생등록을 보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국내 출생 외국인아동의 출생을 기록·관리하고 출생 증명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신청의무자를 부 또는 모로 하되, 신청하지 않으면 지자체 또는 외국인관서의 장이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출생등록부를 전산시스템으로 운영해 법무부가 관장하게 했다.
이다정 간호사는 성명서를 통해 "이들 역시 대한민국에서 인생 일부 혹은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이웃"이라며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신분증이 없으니 국외로 나가지도 못하고 '유령 신분'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는커녕 기초 교육도 받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야 하고 각종 범죄에 노출돼 대한민국 미래에도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모든 신생아가 출생 등록돼 생명과 권리가 존중되는 세상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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