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측 "별도 음성감정 없을 듯"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방문 시 불거졌던 자막 논란을 놓고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소송을 심리 중인 법원이 양측에 각각 발언·보도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다. /더팩트DB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날리면-바이든' 논란을 놓고 법원이 외교부와 MBC 양측에 각각 발언·보도 내용이 실제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해 밝히라고 요구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7일 오후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 2회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외교부 측은 지난 4일 '발언이 무엇이었는지 밝히라'는 재판부 요구에 대한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외교부는 미국이 아닌 우리 국회를 상대로 한 발언이었다고 주장했다. 서면에는 '국회 예산이 통과돼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취지로 심의권을 장악한 거대 야당이 최소한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 면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MBC 측은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며 소를 제기한 것은 외교부인데 실제 대통령 발언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재판부가 외교부에 석명(법원이 당사자에 질문하거나 증명을 촉구하는 권한)을 해주셔서 대통령 발언이 무엇이길래 소를 제기한 것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MBC 측은 윤 대통령의 발언 중 '승인 안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에서 OOO 부분을 외교부 측이 특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이 OO들이'에서 국회를 우리 국회를 지칭했다고 주장하는데, OOO 부분이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명확치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실제 발언이 무엇인지 밝힐 책임이 MBC 측에도 있다는 외교부 측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 일반인이 들을 때 명확하지 않은데도 단정해 보도한 것에 책임감은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MBC 측은 당시 영상을 제출하기로 했다.
MBC 측은 보도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으나 외교부 측은 객관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MBC 측은 "김성한 외교안보수석이 사적 발언을 외교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했는데 이는 미국과 관련된 발언이라는 전제에 따른 답변이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원고 나름대로 원래 발언이 무엇인지 밝히고 피고는 나름대로 보통 사람이 듣기에 구분이 되지 않은 것이 명확하니 구체적으로 입증하라"고 밝혔다. 변론 직후 MBC 측은 취재진을 만나 "별도 음성 감정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 뒤 떠나며 "국회에서 이 OO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 이 모습은 방송 기자단 '풀'(pool) 화면에 촬영됐다.
MBC 등 일부 언론은 OOO 대목을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하는 '바이든'이라고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날리면'이었다고 해명했다. 외교부와 MBC는 지난해 말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정정보도 게재 여부를 위한 조정을 거쳤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9월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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