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증금 등 조건 보석 인용
검찰 "관련자 조사 계속 진행 중"
박근혜 정부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해외 도피 5년만인 지난 3월2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 검찰 체포돼 이송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국군방첩사령부) 계엄 문건 의혹 핵심 인물 조현천 전 사령관이 구속 3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지난 2017년 말 해외로 출국해 5년여 만에 입국하면서 신병이 확보돼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됐으나 수사는 '정중동' 형국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는 지난달 2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정치관여, 업무상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조 전 사령관의 보석을 인용했다. 조 전 사령관은 지난 7일 보석신청서를 냈고 재판부는 지난 21일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법원은 △지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주거지 제한 등을 조건으로 허가했다. 조 전 사령관은 지난 29일 보석금을 마련했고 수감 중인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석방됐다.
그는 남부구치소를 나서며 "재판을 통해 사건 실체적 진실을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제가 져야 할 법적 책임이 있다면 피하지 않고 떳떳하게 책임을 감당하겠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5년간 입국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수사기관에서 밝히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 2017년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조 전 사령관은 지난 3월29일 돌연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병주 부장검사)는 체포영장을 집행했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다만 당시 '계엄 문건 의혹'인 내란음모 혐의 등은 빠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촛불시위 계엄령을 검토했다는 '계엄 문건 의혹'이 지난 2018년 군인권센터 등을 중심으로 제기됐고, 군검 합동수사단이 꾸려져 수사를 벌였으나 조 전 사령관의 출국으로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관련자 수사에 진척이 없었다.
2018년 의혹 제기 이후 군검 합동수사단이 꾸려져 수사를 벌였으나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2017년 12월 출국으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 해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관련자 수사에 진척이 없었다. /이효균 기자 |
당시 보고받았다는 한 전 장관을 조사한 결과 기무사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계엄 문건을 작성한 정황을 확인했다. 작성·보고 시점 전후 한 전 장관이 청와대를 방문한 점도 확인했다. 다만 조 전 사령관 소재를 알 수 없어 참고인중지 처분했다.
조 전 사령관이 5년여 만에 귀국하면서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됐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 귀국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을 구속하고 본격적인 내란음모 혐의 수사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4월14일 구속 기소 이후 사건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구속 이후 지난달 15일 한 차례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소일 2개월 후부터 2개월씩 두 차례 구속 갱신이 가능하지만, 지난 5월31일 한 차례 갱신된 뒤 석방됐다.
법원은 구속 기간 내 직권남용 사건을 종결하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법원은 지난달 7일 준비기일에서 '불구속이 원칙'이라는 변호인 주장에 "그렇게 말씀하시면 유감이다. 불구속이 원칙이지만 검찰 청구로 발부된 이상 기간을 준수해 재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원은 시간적 여건을 고려해 오는 8·9월 공판기일을 지정해 둔 상태다. 관건은 검찰 수사 속도다. 내란음모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어야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구속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 실체 판단을 위해서라도 검찰이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검찰은 수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보도 내용이 있으나, 구체적으로 신분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관련자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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