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부터 시행된 '만 나이 통일법'을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이장원·황지향 인턴기자] 법적·사회적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는 개정 행정기본법과 민법이 28일부터 시행되면서 전 국민의 나이가 1~2살씩 어려졌다. 한국에서는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되는 '세는 나이'를 써왔지만, 이날부터 출생일 기준 0세로 시작해 생일이 지나면 한 살씩 더하는 '만 나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나이 계산법 통일을 환영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일부는 "계산법이 혼란스럽다" "고유문화가 사라져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박나연(28) 씨는 "당장 (만 나이가) 와 닿지 않아서 나이를 물었을 때 뭐라고 답할지 애매하다"며 "누가 명확하게 정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A씨는 "그냥 살던 대로 살고 싶은데 복잡하고 어렵다. 어려진다니까 좋기는 하다. 그런데 헷갈리고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30대 여성 박모 씨는 "왜 굳이 만 나이로 통일하는지 모르겠다"며 "(세는 나이는 한국의 고유 문화인데) 굳이 만 나이로 바꿀 필요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이모 씨도 "제대로 시행될지도 의문이고, 친구들 사이에서 족보가 꼬일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김대회(79) 씨는 "(세는 나이로) 올해 81살인데, 80살인지 79살인지 모르겠다. TV에 나오는 것은 봤는데 이해를 못 하겠더라"고 했다.

만 나이 통일법 시행을 모르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50대 남성 B씨는 "7월부터로 알고 있었다"며 "젊었다면 조금이라도 좋았겠지만, 어차피 지금 나이를 잊고 산다"고 말했다. 70대 남성 C씨도 "잘 모른다. 만 나이가 되면 뭐가 바뀌는 거냐"라고 되물었다.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된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 민원실에서 구청 직원이 법 시행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반면 나이대 갈림길에 서 있는 이들은 만 나이를 반겼다. 나이 계산법이 통일돼 해외에 나갈 때 편할 것 같다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김영은(26) 씨는 "지금 당장 직장을 관두고 재도전한다고 해도 (원래 나이인) 28살에 하는 거랑 26살에 하는 건 느낌이 다르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성민(31) 씨도 "원래라면 내년에 34살"이라며 "그 나이대면 뭔가를 이뤘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었는데, 시간을 좀 번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고 밝혔다.

조성은(30) 씨는 "1년만 빨리 시행됐어도 20대가 되는데 아쉽다"며 "그래도 (나이가 어려지니까) 확실한 차이가 있다. 조금 더 어른스러워야 할 것 같고 결혼도 어서 해야 할 것 같은데 이제 시계가 약간 돌려진 느낌이다. 조금 더 놀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모(49) 씨는 "올해 (세는 나이로) 50세인데, 다시 40대로 돌아갔다. 40대를 더 길게 사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대학생 오모(24) 씨는 "솔직히 (만 나이가) 왜 이렇게 '핫'한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외국 나가서 나이 말할 때는 편할 것 같긴 하다"고 했다.

만 나이로 통일됐지만 △초등학교 입학 연령 △담배 및 주류 구매 연령 △병역 의무 연령 △공무원 시험 응시 연령 등 일부 사안에선 여전히 연 나이 기준이 적용된다. 정부는 만 나이 문화의 신속한 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홍보를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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