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위원 추천 거부한 고용부에 반발
법정시한 이틀 남아…극심한 마찰 불가피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이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정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8차 전원회의 모두발언을 마치고 향후 회의 불참을 선언하며 퇴장하고 있다./세종=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이 정부가 노동계를 탄압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전원 퇴장했다.
최저임금위는 27일 정부세종종합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근로자위원들은 모두발언만 진행한 뒤 회의장을 나갔다. 지난 3월 최저임금위 첫 전원회의 이후 두 번째 파행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동수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 8명은 구속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해촉으로 1명이 부족한 상황이 해결되지 않자 전원 퇴장을 결정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고용노동부가 어제 김준영 근로자위원을 대신할 신규위원 추천과 관련해 한국노총이 재추천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위촉을 또다시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최대한 협조하며 대화를 통한 절차에 정당성 있게 응했음에도 온당치 못한 이유와 비상식적인 고용노동부 형태 앞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 체포될 때 흉기를 휘둘러 진압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김 사무처장을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에서 해촉해달라고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윤 대통령 재가로 공석이 된 근로자위원 자리에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다. 이에 고용부는 한국노총에 "해촉된 위원과 공동불법행위 혐의로 수사 중인 상황에서 제청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공문을 보냈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이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정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8차 전원회의 모두발언을 마치고 향후 회의 불참을 선언하며 퇴장하고 있다. /세종=이동률 기자 |
류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어떤 외부 요인에도 지켜져야 할 최저임금위의 독립성, 자율성 공정성이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저임금노동자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정부의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의 노동 탄압 폭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더는 최저임금위원회에 회의 참석이 어렵다"며 "향후 최저임금위원회 참석에 대해 앞으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말해 이후 최저임금위 회의 보이콧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날 경영계는 '기업의 지불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이유로 내년 최저임금 동결 또는 삭감을 요구할 예정이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내년도 업종 구분 적용이 좌초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업종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단일의' 최저임금을 정해야 하는 만큼,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가장 어려운 업종에 맞춰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지난 22일 올해보다 26.9% 인상된 시간당 1만2210원(월 209시간 적용 255만1890원)을 내년도 최저 시급으로 제시했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 차이가 크고 근로자위원 추천 갈등이 고조되면서 올해도 최저임금 마감시한은 지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최저임금 시의를 위한 법정 시한은 29일이다. 8월 5일 고시일을 고려하면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 심의를 마쳐야 한다.
pep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