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벌떼입찰'로 2세에 일감몰아주기…과징금 608억원
입력: 2023.06.15 13:59 / 수정: 2023.06.15 13:59

공정위, 호반그룹 계열사 부당내부거래 행위 제재
동일인 2세 소유 회사에 공공택지 대규모 양도 등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호반건설 부당내부거래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세종=이동률 기자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호반건설 부당내부거래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세종=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호반건설이 부당내부거래로 6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게 됐다. 역대 부당지원 제재 중 세 번째에 달하는 과징금 규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반건설이 동일인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 회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한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608억원(잠정금액)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호반건설은 대기업집단인 호반그룹의 핵심 회사로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시공) 및 분양(시행)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호반건설주택은 김상열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총괄사장이, 호반산업은 차남인 김민성 호반산업 상무가 각각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이번 사건 지원행위는 공공택지 시행‧시공사업과 관련이 있다. 주요 행위가 이뤄진 2013년 말~2015년은 우수한 사업지를 차지하려는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수주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떄이다.

당시 공공택지는 추첨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호반건설은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하고 비계열 협력사까지 동원해 추첨 입찰에 참가시키는 소위 '벌떼입찰'을 통해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다수의 공공택지를 확보했다.

호반건설은 2014~2017년 호반건설주택‧호반산업 등 19개 회사의 공공택지 입찰 참가에 필요한 신청금 총 1조5753억원을 414회에 걸쳐 단기간(평균 3.67일) 무상 대여해줬다.

호반건설은 확보한 공공택지 중 23개를 동일인 2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호반산업 및 그 100% 자회사에 몰아줬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양도된 공공택지는 모두 호반건설의 사업성 검토 결과 큰 이익이 예상된 택지임에도 호반건설은 향후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발생할 이익을 2세 회사에 귀속시킬 목적으로 공공택지를 양도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동일인 2세 회사들이 분양매출 5조8575억원, 분양이익 1조3587억원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은 2014~2018년 호반건설주택·호반산업 등 13개 회사가 시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에서 시공의 일부만 담당(평균 17.5%)하면서 해당 사업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총 2조6393억원에 대해 무상으로 지급 보증을 제공했다.

또 호반건설은 호반산업과 호반건설주택이 종합건설업 등 면허를 취득하자 기존에 자신이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던 공동주택 건설공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중단하고 총수 2세 회사에 넘겼다.공사대금 936억 원 규모의 시공 사업기회가 2세 회사들에 제공된 것이다.

유 국장은 "부당 지원행위로 동일인 2세 회사들은 급격하게 성장했고 주거용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시장, 종합건설업 시장에서의 지위가 크게 강화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지적했다.

장남 소유의 호반건설주택은 지원 기간 호반건설의 규모를 넘어섰고, 2018년 1대 5.89의 비율로 호반건설에 합병됐다. 이로써 김 사장이 호반건설 지분 54.7%를 확보하며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마쳤다.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호반건설 부당내부거래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이동률 기자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호반건설 부당내부거래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이동률 기자

호반건설이 편법 승계로 증여세를 회피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유 국장은 "증여세 부분은 국세청 소관"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김상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이었으나 위원회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호반건설은 이번 제재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결과를 떠나 고객·협력사·회사 구성원 등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밝혔다.

pe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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