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받은 기분이에요"…스마트폰에 눈 뜬 어르신들
입력: 2023.06.08 00:00 / 수정: 2023.06.08 00:00

서울시 디지털 안내사 동행취재
동주민센터에서, 공원에서 눈높이 교육


7일 오후 3시쯤 서울시 디지털안내사 오여주(67) 씨가 도봉구 마을가족카페 너른마루에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교육하는 모습. /김해인 기자
7일 오후 3시쯤 서울시 디지털안내사 오여주(67) 씨가 도봉구 마을가족카페 너른마루에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교육하는 모습. /김해인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오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서울시 디지털 안내사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운 어르신의 말이다.

7일 오후 3시쯤 도봉구 창동 마을가족카페 너른마루에서 열린 디지털 안내사들의 어르신 스마트폰 교육 현장을 찾았다.

강경자(81) 씨는 이날 길을 걷다가 우연히 안내사 주문효(64) 씨를 만나 교육을 들었다. 주 씨가 음성인식으로 문자 보내는 방법을 알려주자 강 씨는 "너무 유용한 걸 배웠다. 참 쉽게 가르쳐주신다"며 기뻐했다.

수업이 끝나자 주 씨는 "잘 배우고 가시니 마음이 좋다"고 말했고, 강 씨는 "좋은 인연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오늘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화답했다.

교육학을 전공했다는 주 씨는 디지털 안내사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그는 "자녀가 외국에 있다는 어르신에게 와이파이존에서 무료로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고 알려드리며 직접 해드린 적이 있다"며 "오랫동안 연락을 못 하시다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창5동 주민센터 서울시 디지털 안내사 안내문. /김해인 기자
창5동 주민센터 서울시 디지털 안내사 안내문. /김해인 기자

독학으로 스마트폰 활용법을 익혔다는 오여주(67) 씨는 퇴직 후 디지털안내사 활동을 하며 주민들과 소통한다.

이날 오 씨는 시민 A(82) 씨에게 스마트폰 카메라 사용법을 교육했다. 사진을 찍는 방법과 함께 사진첩에서 찍은 사진을 확인하는 법도 차근차근 알려줬다.

A씨는 "혼자 물어보기엔 자존심이 상했는데 잘 가르쳐줘서 너무 좋다"며 "2년 동안 전화만 할 줄 알았는데 쉽게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오 씨는 "평소 어르신을 상대로 동네 자원봉사를 해왔다"며 "무기력하게 있기보다는 돌아다니면서 일이 하고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작동법을 알려드리면 좋아하실 때가 가장 뿌듯하다"며 "어르신들이 배움에 대한 의지가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7일 오전 10시쯤 서울시 디지털 안내사 김선숙(59) 씨가 창5동주민센터에서 시민에게 무인발급기 사용법을 안내하는 모습. /김해인 기자
7일 오전 10시쯤 서울시 디지털 안내사 김선숙(59) 씨가 창5동주민센터에서 시민에게 무인발급기 사용법을 안내하는 모습. /김해인 기자

김선숙(59) 씨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창5동주민센터에서 무인발급기 사용법을 안내하는 일을 한다.

김 씨는 "기기 사용이 어려워 창구로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창구에서는 무조건 돈을 내야 한다"며 "정부24에 통합된 민원이 많고 무인발급기가 더 빠르기도 하다"고 말했다.

주민센터를 찾은 주민에게 먼저 다가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기도 한다. 한 민원인에게 폐기물 배출신고서 서류를 찾아주고 작성방법을 안내했다.

그는 "또래보다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는 편이라 시작했는데 오히려 활동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며 "(시민이) 잘 모르는 걸 물어보면 찾아본다. 아는 영역이 넓어져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7일 오후 1시 30분쯤 방학동 발바닥공원에서 디지털 안내사들의 스마트폰 교육을 듣는 시민들 모습. /김해인 기자
7일 오후 1시 30분쯤 방학동 발바닥공원에서 디지털 안내사들의 스마트폰 교육을 듣는 시민들 모습. /김해인 기자

자리를 옮겨 오후 1시 30분쯤 방학동 발바닥공원에서 안내문을 나눠주며 홍보하자 한 시민은 "모르는 게 많다"며 반겼다.

김 씨는 시민의 요구대로 글씨 크기를 키우는 법을 알려줬다. 시민들은 "고맙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디지털 안내사들의 도움을 낯설어 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주 씨는 "정보 유출과 보이스피싱에 대한 두려움이 강해 접근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도움 받기를 주저할 때가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김 씨는 "거리에서 홍보활동할 때는 도와드린다고 해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르신들을 많이 도와드리고 싶은데 진심이 잘 안 통해서 속상할 때가 있다"고 했다.

디지털 안내사는 주민센터, 기차역, 지하철역, 대형마트 등을 돌며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키오스크·스마트폰 이용법 등을 안내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약속한 약자 동행 특별시를 현장에서 가장 먼저 실시한 사업이다.

올해 활동 중인 2기 안내사 150명은 시내 75개 노선을 순회하며 2인 1조로 활동한다. 도움이 필요한 시민은 누구나 주황색 근무복을 입은 안내사에게 다가가 문의하면 된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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