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위급재난문자…22분 만에 '오발령'
이유·대피장소 알려주지 않아 '분통'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우주발사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황지향·이장원 인턴기자] "자세히 알려주지도 않고 아침부터 출근하다가 난리가 났어요."
"자다가 시끄러워서 깼는데 무섭더라고요. 벌벌 떨면서 엄마한테 전화했어요."
31일 오전 6시41분께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이라는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가 울리자, 시민들은 새벽부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뒤이어 행정안전부가 '오발령'이라고 알렸지만, 왜 경계경보가 발령됐는지, 어디로 대피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었던 탓에 출근길의 직장인들은 22분 동안이나 발을 동동 굴렀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난 직장인 최재형(32) 씨는 "놀랐다. 동생이 대피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TV를 켜고 뉴스를 찾아보니 미사일 가능성도 있다고 하길래 어머니한테 전화했다"고 말했다.
최순희(54) 씨는 "자세한 설명도 없었다. 좀 있으니까 해제됐다고 오긴 왔지만, 미사일을 쐈다는데 자세히 말도 안해주고 성질이 나더라. 회사에서 전화가 오고, 문자도 오고 난리가 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대피소를 찾으려던 이도 있었다. 순간적으로 트래픽이 몰리면서 포털사이트 네이버 접속까지 차질이 생기자, 혼란은 극에 달했다.
20대 여성 윤모 씨는 "대피장소가 있는지 찾아봤는데 인터넷까지 잘 안되더라 그래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는데 안 받고, 친구한테도 연락했는데도 안 받더라. (오발령 안내가 왔을 때) 살았다 싶었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A씨도 "사이렌이 심하게 울리고, 겁이 났다. 딸이 전화 와서 '만약 전쟁이 난 거면 근처 건물에서 만나자'고 이야기를 하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31일 오전 6시41분께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이라는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가 울렸다. /더팩트 DB |
전쟁 공포를 겪었던 시민도 여럿이다. 란인주(63) 씨는 "옛날에 교육받은 것이 있다 보니까 전쟁이 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대피하라고 동네에서 스피커까지 울렸다. 출근을 해야하는지 카카오톡으로 이야기했다"고 언급했다.
캐나다에 거주 중인 40대 남유민 씨는 서울 여행 중 이같은 상황을 맞이했다. 남씨는 "깜짝 놀랐다. 호텔에 있는데 사이렌이 울리길래 화재 경보인 줄 알았다. 근데 휴대전화 문자가 와서 보니까 전쟁이 난 줄 알았다. 그래서 창밖만 보고 있었다. 네이버도 다운되고, 뉴스엔 별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고 설명했다.
불친절한 설명 탓에 불안감이 증폭됐다고도 지적했다. 남씨는 "재난문자를 보내더라도 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였다. 구체적인 행동 지침도 없었고, 대피하라는데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뭘 하라는 것인지 잘 몰라서 소용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모(27) 씨도 "경계경보라는데 뭘 경계한다는 것인지 앞뒤 설명도 없고, 어디로 대피를 하라는 건지, 뭐로부터 대피하라는 것인지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진짜 문제가 있었다면 서울시민에게만 알릴 것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알려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7시25분께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됐습니다.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 해제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알렸다. 서울시는 이번 경계경보 조치가 행정안전부 중앙통제소에서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 발령'이라는 지령방송을 받은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