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시일야방성대곡 - 간호법이 부결되던 날에 
입력: 2023.05.31 15:58 / 수정: 2023.06.01 16:56

2023년 5월 30일, 대한민국 간호는 다시 죽음을 맞았다.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체계는 다시 의료법이라는 낡은 감옥 안에 갇혀버렸다. 당리당략에만 눈 먼 일부 정치인들의 탐욕에 간호법은 무참히 희생됐다. 아무리 불법이라고 외쳐도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고 외쳐도 그들은 꼼짝하지 않았다. 의사라는 기득권의 권력은 역시 대단했다. 간호사보다 약자라고 하는 간호조무사들의 학력 문제까지 야비하게 국민과 일부 정치인들을 선동했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현장 간호조무사들의 고용주는 과연 누구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 간호조무전공이라는 학과가 개설되었었다. 그 당시 학과 개설을 반대한 사람들은 특성화 고등학교와 간호학원 연합회가 있었고 개원의 협의회가 있었다. 개원의들은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간호조무사가 배출되면 그들의 임금이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그런 그들이 지금은 학력 운운하며 말도 안되는 논리로 간호조무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간호법이 부결된 지금도 그런 마음이 변하지 않을지 두고 볼일이다.

70년 동안 의료법이라는 의사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깨보려던 간호법이 어이가 없을 듯도 하다. 누구 말대로 간호법이 ‘지역사회’ 문구 때문도 아니고 간호조무사들의 학력 때문도 아닌 그냥 싫었던 것이다. 그 동안 고용주와 고용인이라는 수직적인 관계로 임신과 출산 육아를 병행해야만 하는 살인적인 노동을 감내해온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여성들과 같이 우리 간호사들은 묵묵히 참아왔다. 아마 그들은 우리가 끝까지 참을 줄 알았던 모양이다.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지난 30일 오후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안 재투표 결과 후 방청석을 떠나는 모습. /남용희 기자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지난 30일 오후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안 재투표 결과 후 방청석을 떠나는 모습. /남용희 기자

우리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국민건강을 위한 보건의료환경 또한 급변하고 있다. 정부는 낡은 의료법으로 언제까지 그들의 철통같은 기득권을 지켜줄 것인가?‘준법투쟁’이라는 기가 막힌 현실을 보면서 왜 침묵하는가?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은 의사에게 받을 서비스를 간호사에게 받고 간호사에게 받을 서비스를 버젓이 간호조무에게 받고 있는 현실을 알아야만 한다. OECD국가 중 국민의료비가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 아닌가? 그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62만 간호인들은 다시 일어설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국민과 대한민국 간호발전을 위한 새로운 간호법이 제정되는 그날까지 묵묵히 국민들 곁에서 소임을 다하며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승리했다.

대한민국의 간호사여! 간호사여! 이제 울지말자. 다시 힘을 내자. 우리를 위해 대한민국 간호발전을 위해.

김경애(대한간호협회 이사, 국제대 간호학과 교수)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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