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 정보관 "정보과장, '보고서 없던 걸로 하자' 회유"
입력: 2023.05.22 20:05 / 수정: 2023.05.22 20:05

이태원 참사 '보고서 삭제 의혹' 서울청 정보라인 첫 재판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이 지난해 12월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인턴기자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이 지난해 12월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인턴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경정) 재판에서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하자"고 회유 받았다는 작성자 진술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2시30분 증거인멸교사·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과 증거인멸·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용산서 정보과 직원 곽모 씨 1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에는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 지시를 받아 곽 씨가 삭제한 '할로윈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를 참사 전 작성한 용산서 정보과 직원 김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씨는 참사 현장 담당 정보관이었다. 해당 보고서는 핼러윈 기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측했다.

김 씨는 참사 발생 이틀 뒤인 지난해 10월31일 오후 외근 중 지시를 받아 용산서 사무실로 들어갔고, 당시 김 전 과장이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이 어떠냐. 112상황보고서를 축약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 어떠냐"라고 회유했다고 진술했다.

같은 날 김 전 과장이 김 씨를 따로 불러 해당 보고서 존재를 서울청이나 기자에 전파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보고서를 경찰견문관리시스템(PORMS)에 상신한 것 외에 없는데, 이외에 보고서를 누구에게 전파했는지 물었다"고 설명했다.

경찰견문관리시스템은 전국 정보 담당 경찰관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받을 수 있는 정보관리체계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26일 보고서를 작성해 김 전 과장 등에 대면 보고를 한 뒤 시스템에 상신했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상급청 담당자만 접근이 가능하다.

김 씨는 다음 날 오전 참사 현장에서 외근 중이었으나 사무실로 복귀해 보고서를 지우라는 김 전 과장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들어와서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법적으로 지워야 하는 절차라 해도 부당하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참사 전 김 씨가 보고서를 작성한 뒤 보고하며 '현장에 나가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물었으나, 김 전 과장이 "집회 관리만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과장이 경비나 교통 등 타 부서에 전파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도 설명했다.

반면 김 전 과장 측은 보고서 자체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측하기는 했으나 김 씨가 2017년 작성된 보고서를 모사한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김 전 과장 측은 "'2017년 핼러윈 축제 정보 대책서'를 보면, 유사한 부분이 많다"며 "현장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작성했다"라고 따졌다.

이에 김 씨는 "현장 답사까지는 하지 않았으나 이태원 근무자에게 물어 작성했다"라며 "김 전 과장 생각 자체가 지역 정보는 필요 없다고 해 (조사할) 엄두도 못 낼 상황이었다"라며 "코로나 이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김 씨가 작성한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곽 씨에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곽 씨는 이들 지시를 받아 삭제한 혐의가 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다른 핼러윈 관련 보고서 3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다음 재판은 오는 7월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날 증인으로는 이모 용산서 정보분석팀장이 출석할 예정이다.

bell@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