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더 쉬었으면"…K직장인의 꿈 '주 4일제'
입력: 2023.05.16 00:00 / 수정: 2023.05.16 00:00

독일 등 노동시간 짧지만 생산성 높아
전문가들 "노동시장 양극화 고려해야"


한국인은 오래 일하는 축에 든다. OECD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국의 노동시간은 연간 1915시간이다. OECD 평균(1716시간)보다 199시간, 날짜로는 약 25일을 더 일한다. /박헌우 기자
한국인은 오래 일하는 축에 든다. OECD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국의 노동시간은 연간 1915시간이다. OECD 평균(1716시간)보다 199시간, 날짜로는 약 25일을 더 일한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아직도 4일이나 남았다니. 우울하네요."

노동절과 어린이날 등 '황금연휴'가 이어진 5월 첫째 주가 지나고 직장인들 사이에선 한숨이 나온다. 주 3일제로 한 주를 보낸 뒤 다시 5일을 일해야 하니 버겁기 그지없다. 서울 영등포구 한 증권회사에 다니는 최모 씨는 "(평일 중) 휴일이 더 좋다"며 "5일이나 일하는데 2일은 쉬기에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주 5일제를 실시하는 국내에서는 지난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법정 노동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바뀌었다. 변경 당시에도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노동자 측과 경영 타격을 우려한 재계 측이 치열하게 대립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국내 근로시간이 너무 길다고 판단해 단축했다.

그러나 한국인은 여전히 오래 일하는 축에 든다. OECD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국의 노동시간은 연간 1915시간이다. OECD 평균(1716시간)보다 199시간, 날짜로는 약 25일을 더 일한다.

주 4일제는 현행 40시간 법정 근로시간도 더 단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속에 등장했다. 국내 법정 근로시간은 2003년 이후 20년간 바뀌지 않았다.

◆쟁점은 '임금'…생산성 높인다는 실험도

주 4일제 논쟁에서 가장 논란은 '임금'이다. 주 4일제는 임금 삭감 없는 근무일 축소를 전제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같은 임금을 지급하는 건 손실이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시기 일부 기업은 주 4일제를 비용 절감 대책으로 논의했다.

다만 생산성이 줄지 않으면 주 4일제를 시행하더라도 임금을 삭감할 이유가 없다. '노동시간=생산성'은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생산성이 줄어든다는 우려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독일은 노동시간이 짧은데도 생산성이 높다. 장시간 노동이 생산성을 저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기준 독일은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짧지만(주 35시간) 노동생산성은 미국에 이어 2위(68.3달러)였다. 반면 한국은 연평균 노동시간이 OECD 38개국 중 5번째로 많았으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9위(42.9달러)였다.

주 4일제가 오히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연구기관 '오토노미' 등은 지난해 6~12월 주 4일제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통념과 달리 생산성이 오르고 매출이 늘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왕립 생물학회의 마크 다운스는 "전에는 1인당 1년에 4~5일 정도 병가를 냈는데, 2일 미만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해당 실험에 참가한 61개의 기업 중 92%(56곳)는 실험 후에도 주 4일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주 3일 일한 직장인 강모 씨는 "(지난주에는) 피곤하지 않았다"며 "커피를 마셔야만 기운이 나던 회사에서 집중력이 상승했다. 워라벨이 되니 업무효율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 4일제가 일부 업종에서는 단시간-저임금 형태로 발전할 수밖에 없고, 노동시장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헌우 기자
전문가들은 주 4일제가 일부 업종에서는 단시간-저임금 형태로 발전할 수밖에 없고, 노동시장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헌우 기자

◆근로시간 단축은 세계적 추세…전문가들 "노동시장 양극화 고려해야"

근로시간 단축은 세계적 추세다. 카자흐스탄은 오는 7월부터 주 4일제를 도입하며, 칠레는 지난달 11일 근로시간을 주 45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벨기에, 아이슬란드, 독일 등 여러 선진국도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일부 업종에서는 생산성이 줄어 결국 단시간-저임금 형태로 발전할 수밖에 없고, 노동시장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조업 등 특정 산업에서는 주 4일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업에서는 생산량이 저하되며, 근로자의 제조업 기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병훈 교수도 "(주 4일제는) 길게 봐서는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당장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제도적 장치가 잘 돼 있고 근로수준이 높은 곳에서는 시행할 수 있지만 주 52시간도 지켜지지 않는 환경에서는 힘들다. 노동 여건이 좋은 노동자에게만 이로운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도 "법정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면 보편적 적용에 심각한 우려를 초래한다"며 "주 32시간제 법제화가 이뤄져야 주 4일제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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