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인정 평생학교' 일성여중고
"스승의 은혜 보답 위해 노력하겠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 학생(왼쪽)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스승의날 행사에 참석해 감사의 글을 낭독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김세정 기자·황지향 인턴기자] 69세 '늦깎이' 중학생 김부연 씨는 준비한 종이를 꺼내 들었다. 선생님께 전하고 싶었던 고마운 마음을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더더욱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훌륭히 성장하겠습니다."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는 '행복한' 행사가 열렸다. 일성여중고는 다양한 이유로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70대 여성 만학도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학력 인정 평생학교다. 전교생은 1054명이다.
어린 시절 사정상 공부를 하지 못했던 부연 씨는 지난해 우연히 일성여중고의 광고를 보고 입학을 결심했다. 떨리고 두려웠지만 도전했다.
학교생활은 즐겁다. 올해로 중등 2학년이 된 부연 씨는 이날 열린 스승의 날 행사에 학생 대표로 나섰다.
부연 씨는 "선생님들이 친절히 잘 가르쳐주셔서 좋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우리가 만학도다 보니까 설명을 해줘도 금방 잊어버릴 수 있는데 반복적으로 두 번, 세 번씩 가르쳐주신다. 어렵다면 또 가르쳐주시고 너무 행복하다"며 "열심히 가르쳐주시는 데 보답하는 마음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은경 교사는 부연 씨의 편지에 "준비해 주셔서 감사하다. 받을 자격이 되는지 생각하면서 학교에 왔다. 조금씩 늦더라도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 그런 여중 생활이 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 학생들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스승의날 행사에 참석해 하트를 그리고 있다. /박헌우 기자 |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학생들로 학교는 북적였다. 교실 칠판에는 각양각색의 풍선이 달렸다. 풍선에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스승의 은혜'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음만은 모두들 소녀였다.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전달하고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부연 씨의 학우인 백인이(72) 씨는 "스승의 날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그는 "1학년이다가 2학년에 올라오니까 마음으로는 굴뚝처럼 잘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된다. 나이가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선생님들이 우리 같은 할머니들을 정성껏 가르쳐주니까 감사하고 노력한다"고 했다.
졸업생 특강 시간도 마련됐다. 일성여중고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김건자 씨는 후배들에게 "공부가 어렵지만,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 시험에 떨어지더라도 항상 웃으면서 '내가 너를 다음엔 꼭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공부했다"고 조언했다.
그는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도전하길 바란다. 대학 생활 너무 재밌다. 날마다 행복의 미소가 피어나는 꽃길을 걷는다"며 "(후배들도) 열심히 해서 대학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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