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한상혁, TV조선 재승인 점수 넘자 '미치겠네'"…'조작' 출발점 판단
입력: 2023.05.15 14:52 / 수정: 2023.05.15 14:56

TV조선 재승인 의혹 사건 공소장에 담겨
자신이 민 심사위원장 "경상도 사람" 강조
한 위원장 "점수 수정 몰랐고 묵인도 안해"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조작 의혹과 관련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조작 의혹과 관련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TV조선이 재승인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자 "미치겠네"라며 당혹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한 위원장의 반응에 따라 점수 조작이 시작됐다고 검찰은 봤다.

1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 사건' 공소장에는 한 위원장이 2020년 3월20일 TV조선이 심사에서 재승인 기준인 '650점'을 넘었다는 사실을 방통위 간부가 보고하자 "미치겠네. 그래서요?",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한 위원장의 반응에 따라 집계 결과를 바꾸는 범행이 일어났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점수를 고치라고 직접 지시한 정황은 특정하지 못했다. 다만 점수가 바뀐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고 결과를 승인했다고 봤다.

심사에서 1000점 중 650점 이상을 얻으면 '재승인'을 받고 650점 미만은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를 의결할 수 있다. TV조선은 총점 654.63점을 받았고, 중점 심사사항에서도 과락이 없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방송정책국장 양모(59) 씨와 방송지원정책과장 차모(53) 씨는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후 대책을 논의했다. 양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심사위원 A씨에게 몰래 점수를 수정하게 하자"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점수 보고 후 한 위원장의 반응을 접하고 점수를 조작하기로 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다.

TV조선의 중점 심사사항 최종 점수는 210점 만점에 105.96였다. 점수 조작 뒤 104.15로 근소하게 미달하면서 과락으로 뒤바뀌었다. 결국 210점의 50%인 105점에 0.85점 모자른 점수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점수 수정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 될 수 있으니 잘 관리하라'는 취지로 은폐를 지시했다고 파악했다. 또 재승인 유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조작 의혹과 관련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조작 의혹과 관련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검찰은 한 위원장이 TV조선에 비판적인 윤모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구속기소)를 심사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의심했다. 방통위 내부 상임위원을 심사위원장으로 선정할 경우 야당(국민의힘) 측이 추천한 인물이 선정될 수 있어 자신이 믿을 만한 외부 전문가를 골랐다는 것이다. 당시 일부 상임위원들이 반대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0년 2월11일 상임위원회 간담회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윤 교수를 두고 "경상도 출신이고, 누나가 박근혜 정부 때 장관을 지낸 사람"이라고 지지했다. 검찰은 "윤 교수가 보수적 성향도 있음을 강조하며 다른 상임위원들을 설득해 심사위원장으로 선정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출신의 김모 교수를 심사위원 명단에 포함시키도록 지시했다고도 봤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은 양씨와 차씨에게 김 교수가 민언련 소속이라고 강조하면서 "좋은 카드가 되겠네"라고 말했다고 공소장에 나온다. 이같은 일련의 행위가 직권을 남용해 절차를 위반한 부당한 지시라는 것이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박경섭 부장검사)는 지난 2일 한 위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감사원 참고자료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차씨와 양씨는 각각 구속기소됐다. 지난 3월29일에는 한 위원장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의자의 자기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심사 출석 당시 한 위원장은 "직원들을 비롯해 방통위 모든 사람이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공정함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지나치지 않냐는 지적에는 "처음 제 혐의였던 수정·지시 혐의는 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단지 수정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취지 같은데 역시 부인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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