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동대문 완구시장 가보니
코로나 여파에 소비경향도 변화
온라인 쇼핑몰 등 대안 찾아야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 완구시장. /최의종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도마뱀 인형이 제일 갖고 싶어요. 어린이날에는 엄마 아빠랑 놀러 가고 싶어요."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 완구시장을 찾은 김서하(10) 양은 기대에 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어머니 김정선(42) 씨는 김 양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어린이날과 생일에 홀로 시장을 찾았지만, 이후에는 해마다 함께 방문한다고 한다.
1960년대 동대문역 앞에서 시작해 1970년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국내 최대 문구·완구 전문시장으로, 2000년대 초반 어린이날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하지만 출산율 저하로 소비층이 줄어든 상황에서 코로나19를 겪으며 예전과 같지 않다.
오후 1시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시장을 찾은 부모와 미리 선물을 준비하려는 조부모들이 시장 골목 곳곳에 보였다. 백주현(42) 씨는 9살 딸과 함께 시장을 찾았다. 그는 "멀지 않은 성북구에 살아서 겸사겸사 시간이 있어서 찾았다"라고 말했다.
11살 아들과 함께 왔다는 어머니 방모(40) 씨는 "용산에서 살아서 거리가 좀 있지만 완구시장이 유명해서 오게 됐다"라며 "전부 사주지 않아서 그렇지, 아이가 사고 싶은 게 정말 많을 정도로 만족스러워한다"라고 설명했다.
시장 골목 곳곳 선물을 고르는 부모와 아이들이 눈에 띄었지만, 상인들 표정은 밝지 못 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줄어든 매출이 쉽사리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어린이날 소비 경향이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회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선물 플랫폼 이용 지수는 매년 4월29일을 100으로 볼 때 지난 2021년 5월3일은 113, 4일은 155, 5일은 226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이 온라인 위주로 구매 경향이 바뀌었으며 최근 고물가도 겹쳐 현장에서는 좀처럼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
어린이날 비 소식은 서울 종로구 동대문 완구시장 상인들의 마음을 헛헛하게 했다. /최의종 기자 |
강모(52) 씨는 "10년 정도 일했는데 경기가 어려워 아이들 장난감도 사러 오시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 때 최악을 겪고 다시 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좀처럼 예전같이 팔리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30년 동안 가게를 운영한 김모(65) 씨는 "코로나 이전이랑 비교하면 코로나 때는 10분의 1로 줄었다가 지금은 3분의 1 정도로 늘기는 했다"라며 "단체 손님이 중요한데 비대면이 활성화돼 사람들이 나오지를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30년 동안 일하면서 코로나 때 제일 힘들었다. 대출을 처음 받아봤는데 온라인 매장을 운영해 보려고 해도 그것 또한 인건비가 많이 나올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라며 "아이들이 선호하는 것도 장난감보다는 다른 쪽으로 바뀌는 것 같아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어린이날 비 소식은 상인들의 마음을 더 헛헛하게 했다. 40년 넘게 시장을 지키고 있는 송동호 동대문 문구완구상인회장은 "4일, 5일이 피크인데 날씨가 참 야속하다"라며 "그래도 코로나 때보다는 유치원이나 교회 등 단체에서 대량 구매하는 게 늘어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장 공동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며 "상인들이 접근하기가 어려울 수 있기에 관련 정부 기관에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거나, 장난감 월드 같은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