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당협 관계자 일대 상가 탄원서 요청
구청 직원 "박희영 청렴…권위의식 없어"
시민들 "잘 모르는 사안이라 거절"
국민의힘 소속 당직자와 용산구청 직원이 이태원 참사 책임자로 지목돼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위해 여전히 구명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김세정·조소현 기자] 국민의힘 용산구의원에 이어 당협 간부·구청 직원까지 나서 이태원 참사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힘 용산구 당원협의회 관계자가 용산구 일대 상인들에게 박 구청장 탄원서를 요청하는가 하면 일부 용산구청 직원은 탄원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용산당협 간부 A씨는 지난달 24일 용산구 후암동 일대 상가에서 박 구청장 탄원서 작성을 요청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부적절한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구청 직원을 시켜 사고 현장 도착 시간과 재난 대응 내용 등에 관한 허위공문서를 작성·배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후암시장 인근 상인 B씨는 A씨에게 탄원서 작성을 요청받았다고 증언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박 구청장이 재판을 받고 있어 구청 공무원들이 일을 못한다. 크게 원한이 없다면 탄원서를 작성해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이태원 참사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며 거절했다. B씨는 취재진에 "이건 여당과 야당의 문제가 아니다.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A씨는 탄원서를 요청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상인은 A씨의 명함도 받았으나 A씨는 최근 지방에 체류 중이라서 탄원서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독자 제공 |
인근 20대 상인 C씨는 "(A씨가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탄원서를 작성해달라고 했다. 박희영 구청장이 지금 구치소에 있는데 그것 때문에 일이 안 된다고 하더라. '별 감정 없으면 탄원서를 좀 작성해 줄 수 있냐'고 해서 제가 잘 모르는 사안이라고 거절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상가 상인 D씨는 "구청장이 저기(구치소)에 계시니까 탄원서를 좀 써달라고 하길래 '정치에 관심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E씨도 "(A씨가) 들어오더니 조심스럽게 제 표정을 살폈다. 그러면서 '탄원서를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구청장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더니 나갔다"고 했다.
이같이 구체적 증언이 나오지만 A씨는 탄원서를 부탁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최근 지방에 체류 중이라고 반박했다. 본인의 명함을 받은 상인이 있다고 하자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면 누군가 사칭한 것이냐고 묻자 역시 "모르는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일부 구청 직원들도 박 구청장을 위한 탄원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독자 제공 |
일부 구청 직원들도 박 구청장 탄원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팩트>는 구청 직원 김모 씨가 지난 3월28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원서를 입수했다. 문건에서 김씨는 "존경하는 판사님께 간곡히 호소드린다. 참사 후 박 구청장을 비롯한 많은 직원들은 밤새 시신 수습과 실종자 접수센터 운영 등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했다. 참혹한 현장의 잔상과 연일 계속되는 밤샘 근무는 박 구청장을 비롯한 많은 직원에게 트라우마로 남았지만, 누구도 내색조차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구청이 참사를 예견해 대응하긴 어렵다고도 주장했다. 박 구청장이 재판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비슷하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데이 축제는 구청 주최가 아니라서 재난안전법상 주의의무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중이다.
김씨는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구속된 박 구청장은 차가운 구치소 안에서도 유족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참사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그분의 청렴하고 권위 의식 없는 솔직함을 잘 알기에 진심이 느껴졌다"며 "참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겪어오며 구체적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정부에 제도개선 마련을 요청할 적임자는 박 구청장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 구명운동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국민의힘 소속 용산구의회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탄원서를 받아 빈축을 샀다.
익명을 요청한 용산구의회 관계자는 "국민들을 존중했으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하다"라고 말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