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2030 피해자 숨진 채 발견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0일 전국 수사부장 화상회의에서 전세사기 범죄에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다. /뉴시스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이 전국적 전세사기 범죄에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여당도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정부안이 미흡하다며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0일 전국 수사부장 화상회의에서 전세사기 범죄에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다. 관련 사건은 시·도경찰청이 직접 수사하라고도 지시했다. 단순 사기죄보다 무겁게 보라는 취지다.
범죄단체 조직죄는 2가지로 나뉜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상 '단체 등 구성·활동' 혐의와 형법 114조 '범죄단체 등의 조직'죄이다. 폭처법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되려면 내부 규율과 통솔 체계에 따른 집단적 의사 결정에 기초한 단체 유지 행위가 요구된다.
반면 형법상 114조 상의 '범죄집단조직죄'는 외형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조직적으로 업무를 분업해 범행을 저지를 의도 등을 갖고 있다면 적용될 수 있다. 범죄단체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위험성이 큰 범죄집단 처벌에 미비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13년 형법이 개정됐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 본부장이 언급한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은 형법 제114조 '범죄집단조직죄'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를 통해 관계자 모두를 정범으로 처벌하고, 형을 가중할 수 있으며 은닉수익을 몰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7월부터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단속 기간 443명을 송치하고, 180건·646명을 수사하고 있다. 송치 내용을 보면 △전세자금 대출사기 227명(51%) △무자본갭투자 124명(28%) △불법 중개 행위 52명(12%)이다.
20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현관에 극단적 선택을 한 전세사기 피해자의 근조화환이 놓여있다. /남윤호 기자 |
수사기관이 특별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지난 2월부터 인천 2030 피해자 3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피해 회복은 더딘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특별법 추진 등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원회 측은 정부안이 미흡하다고 반발한다.
정부·여당은 오는 27일 전세사기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한다. 피해 임차인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구매를 원하지 않는 임차인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주택을 낙찰받아 장기간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야당과 대책위, 시민단체 등은 보증금 대책이 미흡하다며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주장한다. 정부가 채권을 사들여 피해자에 보증금을 돌려주고, 추후에 회수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반대 입장을 보인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정부 대책은 경매 진행 시 적용되는 것으로 급한 불은 꺼야 하겠지만 경매는 전체 피해의 5%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박근혜·문재인 정부 때부터 문제였다는 것은 '정쟁'이고, 실질적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봤다.
엄정숙 법무법인 법도 변호사는 "국회에서 입법으로 대책을 수립하면 어쩔 수 없으나, 시장 질서에서 정부·여당 대책도 과하다고 본다"라며 "중요한 것은 예방으로 주된 피해자 청년 세대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