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픈 청소년들…코로나로 '사회적 관계' 단절
입력: 2023.04.25 00:00 / 수정: 2023.04.25 07:39

청소년 자살률 1년 사이 10% 증가
전문가들 "상담·치료로 정신건강 관리"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청소년들이 잇달아 자살하며 청소년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청소년들이 잇달아 자살하며 청소년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매사에 의욕이 안 생기고 다 재미가 없어요. 심했다 덜했다 할 뿐이지 우울한 기분이 이어지고요. 벗어나지 못하는 기분이에요."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청소년들이 잇달아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망자 중 한 명이 우울증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근본 해결책이 필요하는 지적이 나온다.

◆10대 자살률 증가…동기는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1위

25일 통계청의 '2021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10대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자 수)은 2020년 6.5명에서 2021년 7.1명으로 1년 새 10.1% 증가했다. 60대(-5.7%)와 40대(-3.4%), 80대 이상(-2.2%) 등 다른 연령대에서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상반된다. 특히 10대 사망원인에서 자살 비중은 43.7%에 달했다.

우울증 등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주된 동기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표한 '2022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조사된 동기 가운데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57.8%로 가장 높았다. 기타(15.3%), 가정 문제(11.5%)가 뒤를 이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청소년들의 우울감과 고립감이 심해졌다"며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니 스트레스 해소가 안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도 "코로나19 이전보다 진료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외국의 경우 또래 관계, 이성 관계 등에서 우울감을 느끼는데, 우리나라는 학업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감이 압도적이다. 최근에는 따돌림, 학교 폭력과 관련된 상담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2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중·고생 10명 중 3명은 최근 1년 간 우울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생 중 약 40%는 평상시에도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다.

정신적 문제 외에도 남녀 문제(5.3%), 경제생활 문제(2.8%),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2.5%), 육체적 질병 문제(2.0%) 등 다양한 동기가 조사됐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도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진료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외국의 경우 또래 관계, 이성 관계 등에서 우울감을 느끼는데, 우리나라는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감이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도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진료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외국의 경우 또래 관계, 이성 관계 등에서 우울감을 느끼는데, 우리나라는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감이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전문가들 "정신건강 서비스 확대해야"

주된 동기가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신질환 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에게 상담·치료를 받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확대해 비극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배 교수는 "청소년의 경우 성인과 달리 반응이 빨라 상담·치료 등이 효과적"이라며 "조기에 치료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우울증 등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국내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낮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의 '2021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1년 1년 동안 한국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7.2%였다. 미국은 43.1%, 캐나다는 46.5%, 호주는 34.9%다. 한국이 같은 해 OECD 국가별 우울증 유병률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것과 비교된다.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우울증 환자가 드문 셈이다.

배 교수는 "치료는 빠르지만 치료까지 가기에 허들이 높다"며 "한국 사회에선 심리적인 문제를 외부에 드러내는 것을 '약하다'고 보는 것 같다. 손가락질받을까 봐 두려워 치료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부모가 알까봐 두려워 병원에 가지 않는다. 의료법상 의료진이 진료를 거부할 순 없지만 민법 제5조(미성년자의 법률능력)에 따라 보호자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부모가 아이들의 정신적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교사나 부모 등과 별개로 학생들이 서로를 돌보며 예방 역할을 하고 문제를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기관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지난 19일 성명서를 내고 "또래들이 서로를 돌보며 예방 역할(gatekeeper)을 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자살 위험에 대해서 선별할 수 있는 1차적 사전 예방, 고위험군 청소년들이 상담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 마련과 법적인 체계의 확립을 통한 2차적 예방, 자해나 또래의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다른 청소년들이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3차적 사후 예방의 체계가 설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 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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