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신설동역서 시범운영
"남장여자도 구별 가능"
서울 지하철역 여자화장실에 남성의 출입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인공지능(AI)이 시범 도입된다. 2022년 9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국화꽃이 놓여져있다. /이동률 기자 |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서울 지하철역 여자화장실에 남성 출입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인공지능(AI)이 도입된다.
2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 6월 말부터 1호선 신설동역 여자화장실에서 AI기반 성별분석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자체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화장실로 들어가는 사람 성별을 자동 탐지해 CCTV 영상을 팝업으로 표출하고 안내방송을 내보낸다. 체형·옷차림·소지품·행동 패턴 등을 통해 성별을 구별한다.
이 기술로 남장여자도 구별할 수 있다. 심재창 서울교통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18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현안업무보고에서 "옷차림, 골격 등을 분석해 가발을 쓰고 있어도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개발을 마치고 AI 훈련용 컴퓨터를 도입했다. 탐지 기술 향상을 위한 콘퍼런스에도 참석했고, 이달 초 자동감시시스템 연동 작업을 완료했다. CCTV 영상 활용에 따른 법률 검토도 마쳤다.
아울러 정확도 확대를 위해 공개 데이터세트를 확대하고 성별 구별훈련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약 6개월 동안 시범운영하면서 프로그램의 정확성·신뢰성을 검토하고 추후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
2022년 9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고인을 기리고 있다. /이동률 기자 |
서울시의회에서는 이번 시범사업을 두고 왜 여자화장실에만 설치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승복 서울시의원(국민의힘·양천4)은 현안업무보고에서 "여자가 남자화장실에 들어가는 부분은 어떡할 거냐"고 질의했다. 이어 "여성 미화원이 남자 화장실 청소하는 건 저도 반대한다"며 "성평등 문제가 이런 데서부터 잘못 돼가는 거다"고 말했다.
이에 심재창 사장 직무대행은 "고민해봤는데 청소 아주머니가 대부분 여자라 문제가 있어 보류시켰다"며 "해결방안이 있으면 남자화장실로 확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신당역 살인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중 하나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이었던 전주환은 지난해 9월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 따라 들어가 입사 동기인 20대 여성 역무원을 흉기로 살해했다.
이후 공사는 다양한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시는 신·개축하는 공공건축물의 남녀화장실 동선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스프레이 지급, 호신술 교육 등 역사 근무 직원들의 안전과 신변확보를 위한 대책도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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