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노동법률가단체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에서 '정부 노동시간 개악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시형 인턴기자 |
[더팩트ㅣ김세정 기자·김시형 인턴기자] 시민단체가 주 52시간 근로를 유연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전면 폐기만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 80시간 노동은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하고, 토요일, 일요일도 쉬지 않고 일해야 나오는 시간이다. 고용노동부도 주평균 80시간 업무를 초과하면 질병관련성이 높다고 고시한다"며 "개편방안은 노동자들을 초장시간 노동으로 내몰아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장인 정기호 변호사는 개정안이 헌법과 절차민주주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건강권‧휴식권을 보장해야 할 정부가 되려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법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노동계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발표한 것도 절차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노동법의 역사는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다. 1954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는데 그 당시 최장 노동시간은 주 60시간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70년 이전으로 역사 수레바퀴를 돌리려 한다"고 말했다.
최종연 변호사는 정부안이 현실화 될 경우 산재 인정률이 현재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행 법정 근로시간인 주40시간보다 더 일해도 과로사 산재가 쉽게 인정되지 않는데, 주69시간, 더 나아가 주80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게 되면 산재 인정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며 "정부는 하루빨리 국민들과 사회적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연차 또는 임금으로 보상한다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에 대해선 "탁상공론"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차 소진율은 7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현재 있는 휴가도 모두 소진하지 못하고 있는데 개편방안이 이야기하는 장기간 휴가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며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하면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은 발생하지 않는데 더 일하고도 받는 임금은 더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6일 발표했다. 입법예고 기한은 오는 17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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