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진료·처방·입원까지…반려식물 전문병원 가보니
입력: 2023.04.13 05:00 / 수정: 2023.04.13 09:16

식물 전문가가 정밀진단부터 처방까지
"정확한 진단 받을 수 있어 만족"


주재천 서울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장이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농업기술센터에 위치한 반려식물 전문병원에서 보호자의 몬스테리아를 들어보이며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장혜승 기자
주재천 서울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장이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농업기술센터에 위치한 반려식물 전문병원에서 보호자의 몬스테리아를 들어보이며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장혜승 기자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첫 환자들이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어요"

12일 오전 10시 20분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농업기술센터에 위치한 반려식물병원 입원실. 누가 들어도 영락없는 의사 말투의 주인공은 주재천 서울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장이다. 주 팀장은 입원실 안에 놓인 화분 4개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반려식물병원은 병들고 시든 반려식물의 생육상태를 식물 전문가가 정밀 진단 후 맞춤형 처방을 해주는 식물 전문 종합병원이다. 심각한 경우에는 입원실로 옮겨 최대 3개월까지 집중 치료도 해준다. 사후관리 방법 교육은 덤이다.

주 팀장은 대학에서 자원식물학을 전공한 전문가이자 10일 개원한 반려식물병원의 의사다. 그는 잎이 말라비틀어진 행운목을 가리키며 "10년을 키웠는데 꼭 살려야 한다며 어제 식집사(식물+집사의 합성어로 식물에 사랑을 쏟는 사람)가 들고 온 화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농업기술센터에 위치한 반려식물 전문병원 내부 모습. /장혜승 기자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농업기술센터에 위치한 반려식물 전문병원 내부 모습. /장혜승 기자

반려식물병원 입원실은 간단한 처치로는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의 식물을 관리하기 위한 온실이다. 식물이 좋아하는 25-35도의 온도로 설정돼 있어 5도 안팎의 쌀쌀한 바깥 날씨에 비해 후텁지근했다.

10시 30분이 되자 주 팀장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10시 예약한 식집사의 관리가 끝나고 10시 30분에 오기로 한 또 다른 식집사를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려식물병원의 진료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병원 1층에서 접수를 하면 보호자와 문답을 통해 상태를 진단하는 '진찰'을 진행한다.

반려식물병원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농업기술센터 전경. /장혜승 기자
반려식물병원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농업기술센터 전경. /장혜승 기자

이날 두 번째로 반려식물병원을 찾은 시민은 몬스테라와 아라우카리아를 들고 온 정모(49) 씨다. 몬스테라는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외떡잎식물의 일종이다.

정 씨는 "원래 수경재배를 안하던 식물인데 유리통에 넣는 게 예뻐서 수경재배로 바꿨다"며 "(수경재배 후) 곰팡이가 생겨서 뿌리가 썩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주 팀장은 몬스테라를 들어보이며 "수경재배를 하면 물도 탁해질 수밖에 없어서 잘 갈아줘야 한다"며 "뿌리보다 물높이가 높으면 썩기 쉽기 때문에 뿌리보다 아래로 물이 내려가게 물높이를 조절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건강하게 키우려면 락스 한두 방울을 넣어주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몬스테라 다음으로 주 팀장의 처치를 기다리는 식물은 아라우카리아다. 아라우카리아는 호주의 노포크섬(Norfolk Island)이 원산지인 원뿔형의 상록수다. 잎이 누렇게 시들어 있어 한눈에 봐도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주재천 서울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장이 아라우카리아의 뿌리를 보며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장혜승 기자

주재천 서울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장이 아라우카리아의 뿌리를 보며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장혜승 기자

정 씨는 "처음 살 땐 트리처럼 모양이 예뻤는데 어느 순간 잎이 누렇게 죽어가고 있는 게 이상해서 (병원에) 왔다"고 속상해했다.

아라우카리아는 입원실로 옮겨져 정밀 처방을 받았다. 진료 과정의 마지막 단계다. 주 팀장이 화분을 파헤쳐 아라우카리아의 뿌리를 꼼꼼히 살펴봤다. 나무 크기에 비해 화분 크기가 너무 커서 흙에 스며든 물이 빠지지 못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주 팀장은 "흙이 너무 많으면 물이 빨리 못 빠지니 흙 양을 지금보다 3분의 2로 줄이고 스티로폼을 넣으면 물이 빨리 빠지게 돕는 배수 역할을 한다"고 조언했다.

곰팡이 예방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 처방을 끝으로 진료가 마무리됐다. 정 씨는 "그동안 키우던 식물을 많이 죽였는데 네이버에서 검색해도 내 식물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해 답답했다"며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려식물병원을 이용하려면 인터넷이나 전화로 사전 예약 후 정해진 날에 아픈 반려식물과 함께 병원을 찾으면 된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30분 단위로 신청할 수 있고 선착순 마감된다. 이용료는 무료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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