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에 이장 끝내…국민의힘 "피해자에게 2차 가해"
2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모란공원에 전날 이장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묘소가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묘소가 민주열사들의 묘역이 안장된 모란공원으로 이장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 창녕군에 있던 박 전 시장의 묘는 1일 새벽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으로 이장됐다. 당초 오후 3시로 된 이장 시간을 이른 새벽 시간으로 앞당겼다.
모란공원 측은 "직원들 출근 시간 이전에 이미 이장이 완료됐다"고 전했다.
오후에는 유족과 지지자들이 모여 추모식을 가졌다. 유족들이 이장 시간을 앞당긴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민주열사 묘역인 모란공원 이장을 둘러싼 논란과 마찰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모란공원에서 전태일 열사 묘소 너머로 전날 이곳으로 이장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묘소가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모란공원은 사설 묘역으로 안장 조건은 따로 없다. 이 곳에는 노동운동가 전태일 열사를 비롯해 박종철 열사, 인권변호사 조영래 등 40여 년간 민주화, 통일, 사회, 노동, 학생 운동을 하다 희생된 200여 명의 민주열사 묘역이 안장돼 있다. 이른바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이유다.
박 전 시장의 묘는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 있는 전태일 열사 묘 뒤쪽에 있다. 아직 비석 등은 설치되지 않았다.
박 전 시장은 지난 2020년 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피소당하자 극단의 선택을 했다. 고인은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이에 따라 7월 13일 고향 창녕군 장마면 선영에 묻혔다.
2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모란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전날 이곳으로 이장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묘소를 둘러보고 있다. /이새롬 기자 |
2021년 9월 20대 남성이 박 전 시장의 묘소를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유족은 이장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의 묘가 이장된 것을 두고 대중은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유가족의 권리'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주열사 묘역이란 점을 강조하며 같은 공간에 두면 안 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장과 관련해 "직위를 이용한 성범죄자로 판명 난 박 전 시장의 묘소를 옮기는 것은 민주화 성지를 모독하는 일이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행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