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턱에 공기총 맞은 대학생...대낮 길거리 걷다 '날벼락' (영상)
입력: 2023.03.28 00:00 / 수정: 2023.05.29 20:24

이천역 부근에서 '총기 사고' 발생
CT찍어보니 아래턱에 총알 박혀
경찰, 미등록 총기로 추측


[더팩트ㅣ윤웅 기자] 경기도 이천에서 대학교 신입생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공기총에 맞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9일 신입생 A씨는 대학교 수업을 마치고 이천역 삼거리에서 집으로 귀가하던 중 우측 아래턱에 원인 모를 타격감을 느꼈습니다. 턱을 만져본 A씨는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아버지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A 씨 아버지 : 뭔가 타격이 와서 (아들이) 저한테 전화를 한 거예요. "아빠 비둘기가 치고 갔다. (누군가) 돌을 던졌는지 모르겠다"라면서 횡설수설 하더라고요. 병원에 갔는데 CT 한번 찍어보자고 해서 찍어보니까 CT상에 총알이 바로 뼈 앞에 있었던 거예요.]

A 씨 아버지는 이천역 앞에 시민들도 많고 앞으로도 등교를 위해 아들이 이용해야 하는 길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해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A 씨 아버지 : 황당하죠. 그냥 비둘기가 치고 갔다고 해도 황당한데 총알이니까... 그리고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도로에서 그러니까요. 아버지 입장으로서는 총알이 CT에서 발견됐을 때는 너무 아찔하더라고요. 만약에 볼이 아니고 뇌로 가서 박혔으면 빼지를 못하는데 어떻게 됐을지 모르잖아요. 그리고 눈으로 갔다면 또 실명됐을 수도 있는 거고...]

A 씨 아버지는 인근 도로에 설치된 방범용 무인 카메라와 상점에 설치된 보안 카메라를 통해 탄알의 출처를 밝혀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거리가 멀어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 고충을 토로합니다.

[A씨 아버지 : CCTV가 여기 하나 있고 저기 멀리 하나가 있는데요, 여기 있는 게 그나마 보이는건데 (멀어서 그런지) 누가 쐈는지 이런 거는 아예 안 나오고요.]

A 씨는 왕복 6차선인 이천역 삼거리를 오른쪽에 두고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탄알이 날아온 방향에는 6차선 도로와 500m 이상의 들판이 펼쳐져 있는데 공기총의 용도와 유효 사거리를 감안했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A 씨를 타격한 탄알은 수렵용으로 꿩이나 까치, 뉴트리아 등 유해조수 사냥에 사용됩니다. 현행법상 구경 5.5mm에 무게 1.7g 이하로 제한돼 100m 이내 사거리에서 살상력을 가집니다.

이천에서 총포사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인근 환경을 고려해봤을 때 근거리에서 조준하지 않는 이상 피해를 입히기 어렵고 멀리서 발사된 탄알이 하늘을 비행해 날아왔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천시 인근 총포상 : 사람을 향해서 쏜 건 아닌데, 영점 타깃이나 살아있는 동물을 쐈는데 빗나가서 날아서 떨어진 거 같아요. 그러니까 유탄(빗나간 총알)에 맞은 느낌이 들어요. 제가 보기엔 확률상 맞기 어려운데...]

국내 공기총과 엽총은 모두 관할 경찰서에 상시 영치해야 하고 수렵 허가 기간과 시간에 맞춰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모든 민간용 총기는 2015년 이후 GPS 부착이 의무화됐고 총기 사용 신고장소를 벗어나면 관할 기간에 알려집니다.

앞선 이유로 경찰은 사건에 발생한 공기총이 미등록 총기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이천 경찰서 담당 형사 : 총기 출고는 저희가 경찰서에서 다 관리를 하죠. 총기 입고나 유해 조수에 사용하시는 분들 다 관리를 하는데 그 무렵 총기 출고자가 한 분 확인이 돼요. 그런데 그분 총과 발견된 탄, 총기가 완전히 달라요. 그 무렵 총기 출고자는 그분 제외하고는 없다 보니 경찰서에서 관리하는 총기가 아니구나 이런 판단을 하게 된 겁니다.

이게 실제로 유탄이 (날아와서)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어디서 격발돼서 온 건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한 감정서를 받아 본 후에 어떤 방향으로 다시 나아가야 되는지 확인해 봐야 될 것 같아요.]

결국 총에 맞은 사람은 있지만 총을 쏜 사람은 없는 상황입니다.

경찰은 관련 업체와 협조하고 탄알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는 등 고의성과 과실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해 범인을 검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씨의 아버지가 취재진을 만나 총알이 날라온 방향을 예상해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A씨의 아버지가 취재진을 만나 총알이 날라온 방향을 예상해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A 씨 아버지 : 아들은 운동 삼아서 집에 갈 때 좀 걸으려고 했던 건데, 3일 만에 이런 사고가 나니까 아예 걸어갈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이제 겁이 나니까요.]

최근 대한항공 국제선 기내와 인천국제공항 쓰레기통 등에서 잇달아 실탄이 발견되면서 총기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인데, 또 총기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총기가 경찰에 등록되지 않은 일명 '고스트건'은 오래된 총기나 사제 총기, 3D 프린트 총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숨어있습니다.

관세청에서 2022년 발표한 주요 사회안전위해물품 적발건수에 총기류 및 부품과 실탄, 모의 총포 등 불법 물품들이 2019년 2578건, 2020년 1672건, 2021년 2076건으로 지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온라인에서 총기 및 폭발물 제조 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어 '총기 청정국'인 한국의 이미지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정책 당국의 총기 관리·감독 강화와 관련 법안 보완 등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할 시기로 보입니다.

<기획취재팀=이효균·배정한·윤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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