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앞 약국 호객행위 심각
불법 주정차 일삼는 약국 픽업차들
일대 버스기사 "신고해도 안 변해"
[더팩트|이덕인 기자] 오늘은 서울의 한 대형병원 앞을 가볼 예정인데요. 이 병원 일대 약국들이 단체로 호객행위는 물론, 병원 내 불법 주정차로 인해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20년 가까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데요.
23일 오후 서울 최대 규모의 한 종합병원. 내부에 들어서자 주차장이 아닌 길목에 수십 대의 승합차가 서 있습니다. 인근 대학병원 문전약국들의 차입니다. 조금 더 들어가 병원 출입구를 보니 환자들을 픽업하는 약국 승합차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약국 관계자들은 출입구에서 환자들에게 행선지를 물어봅니다.
승합차들은 도로 옆 인도까지 올라와 대기합니다 . 견인지역 표시가 무색해집니다. 운전자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A 약국 관계자: (인근 약국) 차가 한 100대 정도 돼요. 차 둘 곳이 없어요. 통행에는 방해 안 되게끔 합니다.]
[병원 관계자: 아무래도 도로 교통에 혼란이 오긴 하죠. 약국에서는 (불법 주정차) 벌금 내는 것보다 호객행위로 태워가는 게 더 이득이니까요.]
인도 뿐만 아니라 버스정류장까지 막은 승합차들 때문에 버스기사들은 답답한 심정입니다.
[버스기사: (약국 차들) 주차해놓으면 교통 복잡하니까 불법 주정차 신고를 몇 번 했어요. 신고하면 단속 차가 한두 번 정도 나와요. 승합차 싹 없어져요. 단속 지나가면 다시 오고요.]
[병원 관계자2: 호객행위는 아니고 약국 가는 분들 있잖아요. 교통편이 불편하니 셔틀 식으로 운행하거든요. (승합차 때문에) 왔다갔다하는 차나 버스가 불편해하긴 해요. 민원 들어와서 조치를 취하긴 하는데 고쳐지진 않네요.]
의약분업에 따라 응급환자나 전염병 환자, 정신질환자 등 예외적인 경우는 병원에서 치료와 함께 약 처방이 이뤄지지만 진료만 받은 대부분 환자는 원외 약국을 이용해야 합니다.
처방전을 받은 환자로서는 도보 20분 정도 걸리는 약국까지 차로 태워준다고 하니 거절하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23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 인근 약국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
약국이 모인 곳으로 이동해봤습니다. 호객행위는 더 심합니다. 주정차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고객 차량을 골목으로 이동합니다. 약국 직원이 차 번호판을 가리기도 합니다. 버스가 멈춰야 할 정류장에도 고객들의 차가 있습니다.
[주민/30대: 개선이 확실하게 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죠. 약국 차들 불법 유턴도 많이 하거든요. (자녀) 하원, 등원시킬 때 교통 문제점도 생기고 병원 지나가는 것도 불편하고요.]
[주민/40대: 일방통행인데 약국 차량이 지나다니는 게 불편하고요. 버스 이용할 때는 (정류장) 앞까지 나와서 호객행위 하는 게 불편하죠.]
일대 약국 관계자는 문전약국들의 경쟁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말합니다.
[B 약국 관계자: (과거) 셔틀 운행을 중단한 사례가 있었는데 병원 환자들 많은 민원이 들어왔다고 들었거든요. 병원 내 약국 설립이 안 되잖아요. 원내에서 모든 약을 처방해줄 수도 없고요.]
최근 이곳 문전약국 9곳에서 안내 도우미를 병원에 배치해 자신들의 약국으로 안내한 업주들에게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호객행위'로 판단해 50만 원 벌금형 선고유예를 판결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약국들은 병원 내에 도우미를 쓸 수 없지만, 단속에 걸려도 소액의 벌금만 내면 그만이기 때문에 호객행위와 불법 주정차는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이런 문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