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 실무협의 전까지 지하철 승하차 시위 유보
서울시 탈시설·활동지원급여 조사 놓고 건건이 충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잠깐 멈추기로 했다. 다음 달 서울시와 실무 협의까지 승강장에서 선전전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잠시 멈추기로 했다. 다음 달 서울시와 실무협의까지 선전전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한숨 돌렸지만, '탈시설 표적조사' 등 서로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논제로 맞붙을 예정이라 협의에서 접점을 찾을지 미지수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24일 "이동권을 위해 22년이나 기다렸지만, 조금 더 기다리려고 한다"며 "지하철 탑승 선전전과 시청광장 천막농성은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과 만나는 날인 4월 7일까지 유보한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지난 23일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 탑승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지난 2월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만남 이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 등 4가지 사항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며 23일까지를 시한으로 제시했다.
다음 달 7일 실무협의에서는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예산'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장애인에게 하루 최대 16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가 제공되는데, 혜택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라며 "24시간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 실무진 협의에서도 예산 사각지대가 있다는 얘길 했다"며 "사각지대에 대한 예산을 보장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 확보에 대한 문제고 결국엔 중앙정부가 나서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에 부딪쳤던 논제가 다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탈시설 장애인 실태 전수조사와 맞춤형 공공일자리 수행기관 현장·실사 조사 등을 진행 중인데, 전장연은 '표적조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의 장애인활동지원 급여 수급자 일제점검을 두고도 충돌하고 있다. 시는 수급 의심 사례 관련 민원이 여러 건 접수돼 조사에 나섰다는 입장이지만, 전장연은 이 역시 표적조사이며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을 삭감하려는 의도까지 있다고 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박경석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이동률 기자 |
박 대표는 "4월 7일 협의 자리에서 어떤 안건이든 전혀 진전이 없으면 지하철 탑승시위에 다시 돌입할 것"이라며 "물론 이견이 있겠지만, 얼마나 좁혀지느냐가 관건이다. 평행선이라면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와 전장연은 지난 2일 실무협의에서 별다른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탈시설 장애인 10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하는 전수조사에 탈시설을 주장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참여하는 데 공감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박 대표는 빠져야 한다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 시장은 전장연이 시위를 재개한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불법 행위는 반드시 바로잡도록 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장애인활동지원이 정상 추진되고 있는지 실태조사와 탈시설 조사표가 어떻게 작성돼야 할지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전장연에선 예산 증액을 요구할 듯한데 시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장연이 주장처럼 표적조사가 전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말할 예정"이라며 "다만 예산 증액을 요청한다고 해서 시가 다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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