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링' 표절 시비…"저작권 침해" vs "아직 형태 미정"
입력: 2023.03.20 20:15 / 수정: 2023.03.20 20:15

2000년 추진하다 무산된 '천년의 문' 디자인 비슷
서울시 "법률 검토 마쳐…추후 모양 변경 가능성"


서울시는 지난 8일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180m 규모 대관람차 서울링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한강르네상스 2.0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의 대표 관문에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구상이다./서울시
서울시는 지난 8일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180m 규모 대관람차 서울링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한강르네상스 2.0'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의 대표 관문에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구상이다./서울시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 들어설 대관람차 '서울링'이 표절 논란으로 시끄럽다. 20여년 전 비슷한 장소에서 추진하다 무산된 조형물 '천년의 문'과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다른 구조물"이라고 해명했지만, 저작권을 놓고 추후 문제가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서울시는 지난 8일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180m 규모 대관람차 서울링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한강르네상스 2.0'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의 대표 관문에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서울링은 기존 전통적 방식의 살(Spoke)이 있는 디자인에서 탈피해, 규모 180m 내외의 살 없는 고리형태의 대관람차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규모로는 아인 두바이(폭 257m)에 이어 세계 2위지만, 살이 없는 고리형 디자인 기준으로는 세계 1위다.

2025년 6월 착공, 2027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추진된다. 유럽 출장 중인 오 시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템즈강변에 있는 '런던아이'를 탑승해 경관을 눈으로 확인한 뒤 서울링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링 설립 계획 발표 직후 디자인을 두고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사단법인 새건축사협의회는 지난 15일 자료를 내고 "(서울링은) 2000년 문화관광부가 설계 공모를 추진하고 건축사사무소 '오퍼스'가 당선돼 실시설계까지 완료한 '천년의 문'과 너무 유사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24년 전인 1999년 당시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고 이어령 교수와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은 국가 상징 건축물을 짓기 위해 그해 10월 설계 공모를 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설계 공모전에서 젊은 건축가였던 이은석, 우대성의 공동작품(서울의 고리)을 만장일치로 선정했다.

2000년 12월 새천년준비위원회가 공개한 천년의 문 디자인./인스타그램 갈무리
2000년 12월 새천년준비위원회가 공개한 '천년의 문' 디자인./인스타그램 갈무리

2000년 12월 새천년준비위원회가 공개한 '천년의 문' 디자인은 서울링과 비슷한 원형 건축물이었다. 위치 역시 상암동 평화의공원으로 정해지면서 거리상 하늘공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후 착공 예정이었던 2001년 초 설계 공정 및 공사비 문제 등으로 사업이 멈춘 뒤 결국 무산됐다.

새건축사협의회 관계자는 "천년의 문 프로젝트는 제안서나 계획안으로 끝난 게 아니라 건립을 위한 건축, 구조, 설비, 등 실시설계를 당시 문화부에서 출자한 '재단법인 천년의 문'에 납품까지 했다"며 "저작권은 그 일을 진행한 건축사사무소에게 귀속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구나 지난해 여름 (서울시가) 우대성 건축사에게 문의하고 자문을 구했다"며 "우 소장이 해당 계획안으로 진행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이야기한 점을 보면, 천년의 문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거나 저작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서울링 디자인은 하나의 시안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건 민간이 제안을 한 뒤에야 확정되는 것"이라며 "이대로 설계가 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법률 자문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링은 대관람차고, 천년의 문은 전망탑 기능을 했던 것인데 만들어지지 않았고 형물도 없다"며 "구체적으로 설계안이 확정되고, 설계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그때 가서 따져봐야 할 문제다. 표절이라는 걸 지금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새건축사협의회 관계자는 추후 설계 방식을 지적했다. 그는 "디자인 검토 과정에서 기존 전통 방식을 탈피했고 국내외 대관람차 설계업체, 건설사 자문을 거쳐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게 시의 설명인데, 앞뒤가 안 맞다"며 "원형 고리 형태도 이미 여러 도시에 세워져 있어 독창성도 없다"고 했다.

우대성 건축가도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이 시대에 그런 상징이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혹시 필요하다면 ‘설계공모’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며 "베껴서 민자제안을 받겠다는 발상과 절차는 도대체 누구의 생각인가"라고 적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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