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부패-공공 분리·강력-마약 통합…서울청, 수사대 개편안 마련
입력: 2023.03.20 11:24 / 수정: 2023.03.20 11:24

금융→경제범죄수사대 명칭변경…경찰청 검토
1월 내부 의견 반부패 "찬성" vs 강력 "반대"


서울경찰청이 지난 2021년 수사권 조정으로 지능범죄·광역 2개 체제를 반부패·금융·강력·마약 4개로 확대 개편한 이후, 최근 인지수사 역량 강화 차원에서 다시 수사대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서울경찰청이 지난 2021년 수사권 조정으로 지능범죄·광역 2개 체제를 반부패·금융·강력·마약 4개로 확대 개편한 이후, 최근 인지수사 역량 강화 차원에서 다시 수사대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서울경찰청이 반부패·금융·강력·마약에서 반부패·공공·강력마약·경제(금융)으로 바꾸는 자체 수사대 개편안을 마련하고 경찰청에 건의했다. 내부 의견 수렴 결과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전원 찬성했지만 강력범죄수사대와 금융범죄수사대는 전원 반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반부패-공공범죄로 분리 △강력범죄와 마약범죄 통합 △금융범죄는 경제범죄로 명칭 변경 등을 뼈대로 한 자체 개편안을 지난 2월 마련해 경찰청에 건의했다. 경찰청은 인력 등을 검토 중이다.

수사대 개편은 고발 사건보다 인지수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겪으면서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선거법 위반 고발 사건을 다수 처리했다. 범죄 양태가 바뀌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서울청은 지난 1월 조직개편 초안을 놓고 각 수사대 대장과 계장, 팀장, 팀원의 의견을 수렴했다. 초안은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반부패·기업범죄수사대와 공공범죄수사대로 나누고, 강력과 마약범죄수사대는 합치는 내용이었다. 금융은 금융·국제로 개편하는 안이 포함됐다.

초안에서는 사무분장으로 '반부패·기업'이 공무원 범죄와 부패범죄, 대형 경제 범죄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 '공공'은 선거와 노동 등 사건을 맡기로 했다. '금융·국제'는 경제범죄와 우리 국민 국외범죄, 외국인 국내범죄 등을 담당했다. '강력·마약'은 폭력범죄와 마약 사범 등이다.

의견수렴 결과 각 수사대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반수대'는 대장을 비롯한 전원이 찬성했으나, 인원 변동이 예상됐던 '금수대'와 '강수대'는 전원이 반대했다. '마수대'는 지휘부를 중심으로 찬성했으나, 팀장급 이하 등 일선에서는 반대했다.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대장을 비롯한 전원이 찬성했으나, 인원 변동이 예상됐던 금융범죄와 강력범죄는 전원이 반대했다. 마약범죄는 지휘부를 중심으로 찬성했으나, 팀장급 이하 등 일선에서는 반대했다. /이새롬 기자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대장을 비롯한 전원이 찬성했으나, 인원 변동이 예상됐던 금융범죄와 강력범죄는 전원이 반대했다. 마약범죄는 지휘부를 중심으로 찬성했으나, 팀장급 이하 등 일선에서는 반대했다. /이새롬 기자

이에 따라 지난 2월 서울청은 자체 개편안을 완성했다. 반부패범죄수사대와 공공범죄수사대, 강력·마약범죄수사대, 경제범죄수사대(현 금융범죄수사대)로 재편하는 내용이다. 경찰청은 서울청이 건의한 자체 개편안을 놓고 인력 등을 검토 중이다. 향후 변동 가능성은 있다.

서울청 최종안 사무분장을 보면 '반부패범죄'는 공무원범죄 등 주요 부패범죄를, '공공범죄'는 선거범죄 등 주요 공공범죄 수사를 맡도록 했다. 금융에서 명칭이 바뀌는 '경제범죄'는 기존 기업범죄는 물론 전기통신금융사기와 불법사금융 등을 담당한다. '강력·마약범죄'는 강력과 폭력, 조직, 마약류범죄, 외국인범죄 등을 맡는다.

다만 개편 자체를 놓고 수사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앞서 김광호 서울청장은 취임 이후 인지수사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사건 무게감을 따지면 인지수사와 고소·고발 또는 진정 사건 수사를 명확히 분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반수대'에서 수사하는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 대부분은 고발 접수로 시작된다. 사건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혐의점을 인지하기도 한다. 이른바 '관심 사건' 수사를 통해 역량을 강화한다. 인지수사가 마냥 '의미'가 있다, 없다를 논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강수대'와 '마수대'를 통합하는 방안을 놓고도 의견이 다양하다. 조직폭력의 양태가 과거와 달리 지능범죄와 결합되기도 해 이같은 개편이 필요하다는 긍정론이 나온다. 마약에 손을 대는 조직도 있어 두 수사대가 통합되면 수사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다만 현장 여건과는 거리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강수대'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에 투입된 바 있으며,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순수 강력 사건을 다룰 여력이 부족한데 통합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이 전국 경찰력을 동원해 4개월에 걸쳐 '조폭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해당 업무 역시 '강수대' 담당이라 부담이 크다. 국민체감 약속 2호로서 '마약 사범'을 근절하겠다는 경찰청 입장도 무색해진다는 비판도 있다. 민생에 직결된 사건 수사 역량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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