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세종문화회관 '문래동 건립' 좌초에 반발 격화
입력: 2023.03.11 00:00 / 수정: 2023.03.11 00:00

'한강르네상스2.0' 구상에 여의도공원으로 부지 변경
"아무런 절차없이 공약 뒤집어…끝까지 책임 물을 것"


서울시가 제2세종문화회관을 여의도공원에 짓기로 확정하자, 영등포구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은 문래동 부지에 제2세종문화회관 예정지 계획이 적혀있는 모습./김이현 기자
서울시가 제2세종문화회관을 여의도공원에 짓기로 확정하자, 영등포구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은 문래동 부지에 제2세종문화회관 예정지 계획이 적혀있는 모습./김이현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서울시가 제2세종문화회관을 여의도공원에 짓기로 확정하자, 영등포구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당초 예정지인 문래동에 문화공간 조성을 위해 10여년 동안 추진해온 숙원사업이 한순간에 좌초됐다는 주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일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한강의 자연생태는 유지하면서 한강의 편의성과 매력을 높여 서울 도시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곳곳에 문화예술공간과 조망 명소, 생태공원 등이 조성된다.

특히 제2세종문화회관이 여의도공원에 들어선다. 애초 제2세종문화회관은 문화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서남권인 문래동에 건립될 계획이었다. 홍선기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문래동 부지는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고, 입지가 넓지 않다는 한계가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의도공원이 단순 근린공원에서 문화공원으로 시민들이 찾도록 (제2세종문화회관을) 한강변에 짓는 게 더 바람직하겠다고 생각했다"며 "대신 문래동의 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9년 12월 영등포구에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영등포구 소유 문래동 부지를 무상사용하는 대신 시가 총 사업비(1626억원)와 연간 운영비(110억원)을 전액 부담하는 식이다. 2011년부터 문화공간 설립을 추진해온 구와 시의 협업이었다.

이후 타당성 조사(2020년 12월)와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2021년 11월), 서울시의회 공유재산관리계획 의결을 마친 뒤 설계공모와 착공만 남겨놓고 있었다. 2021년까지 영등포구의회 회의록을 보면, 문화회관 건립 관련 질문에 구청 담당자들은 "차질없이 진행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해 6‧1 지방선거 이후 기류가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재선에 실패하고, 최호권 국민의힘 구청장이 당선됐다. 최 구청장 역시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후엔 문래동 부지 문제를 지적하며 공론화를 주장했다.

최 구청장은 지난해 12월 13일 구정질문에서 "세종문화회관 건립 예정지가 약 4000평 가까이 되는 우리 구유지라는 걸 부임 이후 알게 됐다"며 "영등포구 관내 서울시 땅에 지어주면 좋지 않나 생각한다. 구유지를 (시에) 주면 구민들의 문화 향유 시설이 부족하다"고 했다.

문래동 주민 40대 권모 씨는 코로나 전부터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예정지 팻말이 붙어있었다며 계획서까지 써붙여 놓고 정작 한강에 생긴다고 발표해버리면 다른 정책은 어떻게 신뢰하나라고 말했다./김이현 기자
문래동 주민 40대 권모 씨는 "코로나 전부터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예정지 팻말이 붙어있었다"며 "계획서까지 써붙여 놓고 정작 한강에 생긴다고 발표해버리면 다른 정책은 어떻게 신뢰하나"라고 말했다./김이현 기자

영등포구민들과 지역구 의원들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반발했다. 문래동 주민 40대 권모 씨는 "코로나 전부터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예정지 팻말이 붙어있었다"며 "계획서까지 써붙여 놓고 정작 한강에 생긴다고 발표해버리면 다른 정책은 어떻게 신뢰하나"라고 말했다.

영등포구민 3만여 명이 가입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구유지 무상임대나 부지 면적은 이미 다 통과된 것인데 갑자기 왜 문제 삼나", "20여년 넘게 불모지였던 땅을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등 구청장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에 구의회는 지난해 12월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지연 등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정사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주요 사업의 부진과 관련 여야 의원 7명이 참석해 진상조사에 나선 것으로, 올해 6월30일까지 이어진다.

김지연 더불어민주당 구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30년 행정가인 구청장이 구유지였다는 걸 몰랐을 리 없다. 비좁다는 부지 면적도 여의도공원 예정지와 다를 게 없다"며 "설계공모를 앞두고 예산까지 확보했는데 공식 절차나 합의도 없이 공약을 뒤집었다"고 했다.

이어 "문래동 땅에는 문화예술공간을 짓는다는데, 그 비용은 어딨나. 현재 영등포구청 신청사 건립비가 없어서 별관을 매각하겠다는 재정계획을 세운 상황"이라며 "행정조사 특위에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현일 전 구청장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문래동 부지는 규모의 적절성, 위치의 적합성 등에 대해 십수년간 서울시와 정부, 영등포구가 전문가들과 함께 다각적 검토를 거쳤다"며 "구의 미래와 구민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 정치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뒤집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의도공원에 들어설 제2세종문화회관 부지는 5000평 정도인데, 향후 공모과정을 통해 면적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영등포구에서 시유지에 건립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확장성 등 여러 부분을 검토해 여의도공원으로 부지를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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