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 의혹' 이상한 배당…야권은 서울청·여권은 용산서가 수사
입력: 2023.03.03 05:00 / 수정: 2023.03.03 08:38

천공, 참고인-서울청, 피고발인-용산서 출석할 듯
"서울청 책임지기 싫어 일선서로 내려보낸 것"


대통령실이 김 전 의원과 부 전 대변인을 고발한 사건에서 천공 신분은 참고인이지만, 시민단체 고발 사건은 피고발인으로 수사 여건이 다르다. /더팩트DB
대통령실이 김 전 의원과 부 전 대변인을 고발한 사건에서 천공 신분은 참고인이지만, 시민단체 고발 사건은 피고발인으로 수사 여건이 다르다. /더팩트DB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천공 의혹'을 놓고 경찰의 사건 배당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혹을 제기한 야권 인사들에 대해선 상급청인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고, 여권 인사에 대해선 일선 경찰서가 수사한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최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역술인 천공을 고발한 사건을 용산경찰서에 배당했다. 이 사건은 애초 서울경찰청에 고발됐지만 일선 경찰서로 내려갔다.

서민위는 지난달 21일 김대기 실장과 김용현 처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협박, 강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서울청에 고발했다. 천공 의혹을 보도한 언론인을 고발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역술인 천공이 유튜브와 강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하고 사리사욕을 챙겼다며 허위사실유포와 모욕 혐의로도 고발했다. 여권 인사가 고발당한 사건은 수사역량이 풍부한 서울청이 아닌 일선 경찰서에 맡긴 셈이다. 더구나 용산경찰서는 이태원 참사 대응 등에서 드러났듯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경비 업무가 폭증해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반대로 의혹을 제기한 야권 인사나 언론인들에 대해선 서울경찰청이 조사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천공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대통령실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김 전 의원과 김어준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직후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사수대)에 배당됐다.

이후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3일 펴낸 저서 '권력과 안보'에서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실은 부 전 대변인과 관련 내용을 보도한 <뉴스토마토>·<한국일보> 기자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 역시 서울청 사수대에 배당됐다. 사수대는 지난해 12월부터 CCTV 영상 등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대통령경호처가 최근에야 협조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당시 영상이 담겼던 하드디스크 존재를 확인하고, 확보 이후 디지털포렌식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역술인 천공의 신분을 보면 더 이채롭다. 천공이 참고인인 부승찬 전 대변인 사건은 서울경찰청, 피고발인 신분인 사건은 용산경찰서가 수사한다. 효율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이 대통령실 관계자와 역술인 천공 등이 고발된 사건을 서울 용산경찰서에 배당했다. /윤웅 기자
경찰이 대통령실 관계자와 역술인 천공 등이 고발된 사건을 서울 용산경찰서에 배당했다. /윤웅 기자

천공 의혹과는 무관하지만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여권 인사인 김대기 실장과 김은혜 홍보수석을 고발한 사건도 용산서에 배당됐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대통령 전용기에 MBC 취재진 탑승을 불허한 것은 차별 조치라며 고발장을 냈다. 용산서는 지난달 8일 고발인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사건 배당만으로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준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있다. 대통령실에서 고발한 사건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서울청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반면 관계자들이 고발당한 사건은 '관할'을 이유로 일선 서에 배당됐다.

한 경찰 간부는 "지방청 단위에서 책임을 지기 싫어 일선 서로 내려보낸 것"이라며 "용산서 자체도 경비 업무에 바쁜데 대통령실 관계자 사건까지 내려보낸 것은 결국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봤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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