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청 드론동호회 '드론학습 모임'
회원 17명 드론 국가자격증 취득 성과
"드론 가장 많이 쓸 기관은 경찰이죠"
인천의 경찰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동호회 ‘인천경찰청 드론학습 모임’이다. 건조하고 재미도 없어 보이는 이름이지만 자세히 보아야 안다. ‘경찰 아저씨’들의 드론을 주제로 한 끝없는 수다, 조종실력 뽐내기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주현웅 기자 |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합니다. 전국 14만 경찰은 시민들 가장 가까이에서 안전과 질서를 지킵니다. 그래서 '지팡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죠. 그러나 '범죄도시'의 마동석이나 '신세계'의 최민식이 경찰의 전부는 아닙니다. <더팩트>는 앞으로 너무 가까이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게 되거나 무대의 뒤 편에서 땀을 흘리는 경찰의 다양한 모습을 <폴리스스토리>에서 매주 소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팩트ㅣ주현웅 기자·정채영 기자] "조종자 행운에 따라 실종자를 발견하는 건 사실 비효율적이잖아요. 4차 산업 시대라는데 경찰도 스스로 열심히 연구해서 기법을 고도화시켜야죠."
한 해 경찰에 접수되는 성인 실종 신고만 6만여 건. 이중 1200~1400명 정도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경찰이 드론(무인 비행장치)이나 헬기까지 띄워 샅샅이 수색을 시도하지만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인천의 경찰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동호회 '인천경찰청 드론학습 모임'이다. 건조하고 재미도 없어 보이는 이름이지만 자세히 봐야 안다. '경찰 아저씨'들의 드론을 주제로 한 끝없는 수다, 조종실력 뽐내기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원래 이름은 '플라인폴(Flying Incheon Police)'이었어요. 이름은 그래도 재밌어 보이죠? 드론을 활용한 교통사고 예방, 실종자 수색 실력을 키워보자며 동료들이 모였죠. 의미 있는 활동이고 모임 규모도 커지면서 지방청 지원을 받게 됐어요."
동호회는 2017년 만들었다. 지구대는 순찰차, 형사들은 승합차, 기동대는 경찰버스, 특공대는 헬기가 공식처럼 받아들여진 때였다. 당시 인천관광경찰대 소속이었던 음영배 경위(현 북도파출소 팀장)는 미국 등 해외의 경찰 현황 자료를 살피다 드론에 '꽂혔다'고 한다.
현재 회원은 약 80명. 한 달에 1번씩 모여 드론을 공부하고 비행 시연 등을 한다. 전문가를 초청해 수업을 듣기도 한다. <더팩트>가 함께 한 올해 2월 재능대학에서 열린 모임에는 음 경위와 이상진 경위(부평경찰서), 김영길 경위(부평경찰서), 조태현 경장(송도지구대)이 참여했다.
"하필 모임 날짜가 인사 발령일이랑 겹쳐서 많이 못 왔어요. 인원이 적다고 취소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지속성이 중요하니까요. 오히려 사람이 적으면 공부 밀도가 높아지는 장점은 있죠. 경찰이 외부 전문가에 의지하기보단 스스로 역량을 기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인천경찰청 드론학습 모임에서는 소형 무인헬기가 눈길을 끌었다. 소리 만큼은 대형헬기에도 뒤지지 않아 주변 학생들이 속속 모여 영상을 찍으며 구경을 하기도 했다. 동호회 경찰관들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자부심이 드러나 보였다. /정채영 기자 |
드론 공부만 하는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빅데이터 및 프로파일링 기술과의 융합이다. 모임 때마다 인공지능이나 심리학 교수를 초빙하는 이유다. 최근 모임에선 빅데이터·인공지능 전문가인 박윤수·김태경 재능대 교수가 참석했다.
'가해자는 반드시 현장에 돌아온다'. 꼭 옳은 말일까. 연쇄살인마 유영철이 프로파일러에 '뉴스 기사로 다 확인했는데, 뭐하러 현장을 가겠나'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경험으로 터득한 법칙은 예외를 발생시킨다. 이를 최소화할 방법이 바로 과학에 기반한 빅데이터다.
"사람들의 성별, 나이 등 여러 특징을 빅데이터로 분석을 하죠. 이를 통해 실종자의 동선을 예측하고 드론을 띄어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예컨대 치매 노인은 과거에 살았던 곳을 주로 가므로, 예측되는 동선부터 재빨리 드론을 날려 파악할 수 있다는 거예요."
동호회 경찰관들이 드론에 얼마나 '진심'인지는 성과로도 알 수 있다. 회원 17명이 드론 국가자격증을 취득했다. '인공지능 프로파일링 드론' 연구결과를 내놓아 경찰청장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단연 올해 목표는 '대상'이다.
당장은 실종자 수색이 가장 큰 관심사지만 궁극적으로는 수사 전분야에 드론을 활용하는 꿈을 꾼다. 교통사고를 예측하고, 주거 침입이나 고독사 등이 벌어졌을 때도 드론을 통해 내부를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인천경찰청 드론학습 모임은 앞으로는 재능대와 협력을 강화해 드론과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등의 융합을 연구할 계획이다. 재능대는 올해 인공지능학부의 신설분리 전공으로 드론영상학도 개설했다.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자료 수집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모임의 마지막 순서는 항상 '드론 날리기 퍼포먼스'다. 이날은 소형 무인헬기 한 대가 가장 시선을 끌었다. 소리 만큼은 대형헬기에도 뒤지지 않아 주변 학생들이 속속 모여 영상을 찍으며 구경을 하기도 했다. 동호회 경찰관들의 얼굴에서 뿌듯함과 자부심이 보였다.
"드론이 테러 등에 활용된다는 해외 뉴스도 사실 많죠. 하지만 저희는 시민 구하는 드론을 계속 연구하고 싶어요. 경찰이 안 하는 일이 사실 없잖아요. 순찰, 수색, 테러대비, 교통관리 등등. 앞으로 모든 기관을 통틀어 경찰이 드론을 가장 많이 써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