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부터 직장인까지…'일상 탈출' 메타버스 열풍
입력: 2023.02.19 00:00 / 수정: 2023.02.19 00:00

시간, 장소 구애 없이 원하는 경험
먼 관광지 방문·추모 공간도 마련


한 메타버스 앱에 마련된 기억과 추모의 공간. 이곳에서 재난 현장을 기억하며 방명록을 남기기도 한다. /메타버스 앱 젭(ZEP) 캡쳐
한 메타버스 앱에 마련된 기억과 추모의 공간. 이곳에서 재난 현장을 기억하며 방명록을 남기기도 한다. /메타버스 앱 '젭(ZEP)' 캡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MZ세대와 직장인들이 가상 세계에 푹 빠졌다. 지친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걱정을 털어놓고 가상의 공간 메타버스에서 또 다른 나를 만들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2022년 4월 8일부터 11일까지 MZ세대 1223명을 대상으로 메타버스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MZ세대는 68.4%로 집계됐다. '메타버스에서 일상을 보낸다'고 응답한 MZ세대도 전체의 69.3%로 확인됐다. 이들의 55.9%는 월 1회 이상, 35.0%는 주 2~3회 메타버스를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메타버스에서 일상을 보내는 이유는 '시간, 거리,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 61.9%로 가장 컸다.

바쁜 MZ세대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한다. 공무원 김모(30) 씨는 "처음엔 어렵고 낯설었는데 퇴근 후에 힐링하는 시간이 된다"며 "내향적이라 낯을 가리는데 이곳에서는 친구 사귀는 것도 쉽다"고 말했다.

걱정을 잠시 내려놓을 수도 있다. 메타버스 이용자 이모(29) 씨는 "모르는 사람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며 "여기서는 고민거리나 친구에게 쉽게 말하지 못한 것들을 털어놓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함께 근무하는 20대 후배가 권유해 시작하게 됐는데 하다 보니 싸이월드 생각도 나고 내 방을 꾸미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수시로 내 상태를 공유하는 것도 부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가상 세계에서는 시간과 거리가 중요하지 않다. 서울시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해 관광지를 돌아보는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메타버스 서울 안에서는 남산타워, 한옥마을, 경복궁, 한강 같은 서울 명소를 돌아볼 수 있다. 실제로는 거리가 멀어 가지 못한 곳들도 접근이 손쉽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18) 양은 "친구들이랑 서울에 남산타워를 가보고 싶어서 들어가 봤다. 전망대까지 올라갔다"며 "이렇게 보니 실제로 가고 싶어졌다. 친구들이랑 꼭 가볼 것"이라고 말했다.

때로는 기억과 추모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 메타버스 앱에는 세월호나 대구지하철참사 같은 재난을 되새기며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목포에 사는 A씨는 세월호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현장에 있던 부모님들의 표정을 보니 씁쓸하고 고통스러웠다"며 "메타버스에서 사고를 돌아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고 설명했다. 안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도 "당시 안산 분위기를 말하자면 감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을 정도로 암울했다"며 "아픔을 가지고 사는 안산시민들이 많다. 이곳에 종종 찾아올 것 같다"고 글을 남겼다.

이처럼 가상 세계에서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부캐(본래 모습이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소통하는 것이 MZ세대에게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메타버스에서 이걸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MZ세대는 에너지를 쓰는 걸 아까워하는데 메타버스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이를 실현하기 좋다"며 "과거에 PC통신으로 익명의 힘을 빌려 생각을 나누던 걸 메타버스에서 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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