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스토리] 90분 만에 신원확인…전국 유일 DNA 분석 전담
입력: 2023.02.19 00:00 / 수정: 2023.02.19 13:34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이준희 경사
DNA분석기 도입 추진해 2주에서 단축
경진대회 상금은 범죄피해 아동 지원에 기부


이준희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옥인동 서울경찰청 자하문로별관과학수사과에서 DNA샘플을 채취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이준희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옥인동 서울경찰청 자하문로별관과학수사과에서 DNA샘플을 채취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조소현 인턴기자]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합니다. 전국 14만 경찰은 시민들 가장 가까이에서 안전과 질서를 지킵니다. 그래서 '지팡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죠. 그러나 '범죄도시'의 마동석이나 '신세계'의 최민식이 경찰의 전부는 아닙니다. <더팩트>는 앞으로 너무 가까이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게 되거나 무대의 뒤 편에서 땀을 흘리는 경찰의 다양한 모습을 <폴리스스토리>에서 매주 소개하겠습니다.<편집자주>

"생사를 알 수 없어 애타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리시는 분들을 위해 빨리 신원을 확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려야 해요. 사망한 상태일지라도요. 시간이 지체될수록 발생하는 2차 피해까지 유족들이 감당해야 하거든요."

'2주'는 누군가에게는 짧고, 누군가에게는 긴 시간이다. 지문 등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변사자는 외부 기관 등에서 DNA를 분석해 확인하는 데까지 2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유족들에게는 한없이 긴 시간이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이준희(38) 경사의 노력으로 '신속 DNA 분석기'를 2021년 11월 도입·이용해 자체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신원 확인 시간은 90분으로 단축됐다. 신속 DNA 분석기는 수사 초기 변사자나 용의자의 신원을 빠르게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이 경사는 전국 유일 DNA 분석 전담 경찰관이다. 다른 지방청에도 있기는 하지만 분석 업무를 전담하는 경찰관은 유일하다. 신속 DNA 분석기 운영 지침도 만들었다. 유족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노력했고, 노력은 '2022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부담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죠. 제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바이오포렌식 박사 과정을 수료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활용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게, 남용되지 않게 기준을 마련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과정은 어려웠지만 활용도는 높았다. '과천 방음터널 화재 사건' 당시 5명 사망자 신원을 신속히 확인했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에 휩쓸려갔던 실종자들 신원도 빠르게 확인했다. 서울 전역 분석이 필요한 사건들은 모두 이 경사의 손을 거쳤다.

"일반 사건에서 DNA 분석 결과를 얻을 때까지 통상 2~3주가 걸려요. 그 기간 동안 돌아가신 분은 차가운 냉동고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죠. 분석기를 도입해 유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경감시켜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준희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옥인동 서울경찰청 자하문로별관과학수사과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임영무 기자
이준희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옥인동 서울경찰청 자하문로별관과학수사과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임영무 기자

사실 이 경사의 꿈은 '발명가'였다. 과학에 관심이 많아 대학교 생명공학과에 진학해 연구소와 병원 등에서 일했다. 그러다 과학수사 분야의 유전자 활용에 관심이 생겨 과학수사 석사 과정 후 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과에서 6.25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업무를 했다.

이 경사는 이때 처음으로 '현장에 나가 국민을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결국 2015년 과학수사 생체증거 분야 특별채용으로 입직했다. 중앙경찰학교 교육 등을 마치고 같은해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로 발령받았다.

강북·노원·도봉을 관할하는 광역과학수사 10팀에서 5년 동안 현장감식 업무를 한 뒤 서울청으로 들어왔다. 지난해부터 전국 유일한 DNA 분석 담당 수사관으로 근무했다. 이 경사는 경찰이 돼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대표적인 발명품이 '올인원 폴딩 광원 탐색기'다.

'올인원 폴딩 광원 탐색기'는 과학수사요원들이 현장에 나갔을 때 광범위한 증거물 탐색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기능들을 축약한 광원 탐색기다. 현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증거가 많기에, 광원을 통해 보면 잠재적인 증거도 포착할 수 있다.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을 법한데 쉬지 않고 달렸다. 바쁜 와중에도 장비를 발명하고 경진대회에도 매년 참여했다. DNA 채취 키트 등 과학수사 직무발명 특허도 출원(2건 등록 완료, 1건 심사 중)했다. 쉬지 않고 달리는 이유는 국민을 돕는 게 경찰 의무라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특히 경진대회에 자주 참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상금'이다. 그러나 상금을 결코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범죄 피해 위기 아동 지원사업에 기부하고 있다. 여섯 번 수상을 통해 얻은 상금도 모두 기부했다.

"범죄 피해 아동들은 어른들 잘못이나 사회적 구조 때문에 피해를 본 거잖아요. 월급이 많지 않기에 평소 소액 기부했는데, 상금으로 아동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 매년 참여하고 있죠. 올해는 순직 경찰 동료의 어린 자녀들을 돕고자 또 열심히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bell@tf.co.kr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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