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개혁 '로스쿨 모델' 가닥…간부후보생과 경쟁 변수
입력: 2023.02.12 00:00 / 수정: 2023.02.12 00:00

경찰대 폐지 대신 유지…'입직 시험' 유력
'졸업생만 별도 응시'vs'경간부 동일 시험'


박인환 제도발전위원장은 지난 7일 회의 직후 경찰대를 없애기보단 졸업과 동시에 경위로 자동 임관하는 제도 등을 개선하자는 부분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달 마지막 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짓고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박인환 제도발전위원장은 지난 7일 회의 직후 "경찰대를 없애기보단 졸업과 동시에 경위로 자동 임관하는 제도 등을 개선하자는 부분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달 마지막 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짓고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검토하는 '경찰대 개혁'이 폐교 대신 경위 자동 임관 제도를 손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로스쿨처럼 졸업 후 경위 임용 시험을 치르는 쪽이 유력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제도발전위는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경찰대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폐교 후 현직자 대상 간부 양성 아카데미로 개편하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경찰대를 유지하되 졸업생들이 경위 입직 시험을 치르는 안이 우세했다고 전해졌다.

박인환 제도발전위원장은 회의 직후 "경찰대를 없애기보단 졸업과 동시에 경위로 자동 임관하는 제도 등을 개선하자는 부분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달 마지막 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짓고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졸업 후 경위 입직 시험이 확정되더라도 구체적 방법론은 복잡하다. 경찰간부후보생 지원자들과 같은 경위 시험을 볼지, 경찰대 졸업생만 치르는 시험을 새로 만들지가 고민이다.

제도발전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표결에 부쳐봐야겠지만 대세가 폐교 대신 졸업생들이 경위 시험을 보는 방향인 건 사실"이라며 "졸업생들끼리만 경쟁하도록 할지, 일반 간부후보생 수험생들과 같이 시험을 보게 할지가 숙제"라고 말했다.

어떤 결론이든 경찰대 개혁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최근 개혁 논의의 표면상 화두는 '공정'이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엘리트 의식과 학연으로 뭉친 경찰대 출신들의 '카르텔'을 깨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자칫 명분에만 집착하다간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만약 간부후보생들과 같은 시험을 본다면 경찰대에 입학해야 할 동기가 사라진다. 오히려 제한된 전공 탓에 불합격한 졸업생은 일반 취업에서 불리하다는 약점이 부각된다. 경찰대 존속 근거 자체가 흔들리는 셈이다.

반대로 경찰대 졸업생끼리만 시험을 치른다면 불공정 논란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학연에다 시험까지 통과한 이상 결속력과 선민의식만 더욱 고취시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제도발전위원회는 오는 28일 경찰대 개혁 방안에 관한 표결을 진행한다. 이밖에 국가경찰위원회의 법적 지위와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감독권 관련 논의도 예정됐다./주현웅 기자
경찰제도발전위원회는 오는 28일 경찰대 개혁 방안에 관한 표결을 진행한다. 이밖에 국가경찰위원회의 법적 지위와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감독권 관련 논의도 예정됐다./주현웅 기자

경찰 내부에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경찰대 출신의 서울청 한 간부는 "논의 자체가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취지대로라면 일반 간부후보생들과 경쟁하는 게 낫다고 본다"며 "안정적으로 인재를 공급하면서도 경찰대의 특혜와 위상을 낮추는 게 핵심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대 출신 한 간부는 "소위 카르텔이란 건 어차피 경찰대 출신 중에서도 엘리트로 구성된 극히 소수의 집단인데, 폐교하지 않는 한 어떤 방법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없애 버리는 게 낫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도발전위는 오는 28일 경찰대 개혁 방안에 관한 표결을 진행한다. 이밖에 국가경찰위원회의 법적 지위와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감독권 관련 논의도 예정됐다.

지난해 9월 출범한 제도발전위는 애초 6개월 운영하기로 한 만큼 이달 활동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필요할 경우 오는 9월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아직 별 움직임은 없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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