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풀리자 미세먼지 기승…'대기질 요요' 우려
입력: 2023.02.11 00:00 / 수정: 2023.02.11 00:00

생산활동·산업 위축되며 최근 3년간 대기질 개선
"초미세먼지 농도 다시 예전 수준…특단 대책 필요"


미세먼지와 중국발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악스카이웨이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남윤호 기자
미세먼지와 중국발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악스카이웨이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진정세에 접어들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시기(12월~3월)적 요인이 크지만, 코로나 추세와 맞물려 대기질이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진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심각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1일 서울시 대기환경정보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35㎍(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1g)/㎥을 기록했다. 초미세먼지는 농도 범위에 따라 좋음(0~15㎍/㎥), 보통(16~35㎍/㎥), 나쁨(36~75㎍/㎥), 매우나쁨(76㎍/㎥~) 단계로 분류된다.

통상 초미세먼지는 국외 유입, 국내 영향, 기상학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가령 국내 제조업 연소, 비산먼지, 축산농가 배출 물질 등으로 만들어진 초미세먼지가 정체하고 여기에 중국에서 날아온 대기오염 물질이 섞이면 농도는 급격히 올라간다.

서울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이달 7일 60㎍/㎥, 지난달 7일 89㎍/㎥을 나타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국외 유입이 있었고, 국내 배출 먼지가 정체돼 쌓여 고농도 현상이 발생했다가 대기확산으로 풀렸다"고 말했다. 시는 두 날짜에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은 연평균 5㎍/㎥ 이하, 24시간 평균 15㎍/㎥ 이하다. 발암물질로 규정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에 주목해 2021년 9월 두 물질의 기준을 강화했다. 초미세먼지는 심혈관 질환 및 뇌 질환까지 이어져 건강에 더 해롭다고 알려졌다.

WHO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3배 이상 높지만,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8㎍/㎥였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재작년과 같은 수준이다. 서울만 따져봐도 2019년 25㎍/㎥에서 점차 줄어 2022년 18㎍/㎥으로 감소했다.

코로나 확산에 따라 초미세먼지도 줄어든 셈이다. 서울 대기질 평가보고서를 보면, 2018년과 2019년 1월~3월의 초미세먼지 고농도일 수는 각 13일과 20일이었지만 2020년엔 5일에 불과했다. 2020년 3월에는 고농도 발생이 없었다. 2020년 1월 코로나 발생 직후 배출량이 급격히 줄어든 결과다.

서울 대기질 평가보고서를 보면, 2018년과 2019년 1월~3월의 초미세먼지 고농도일 수는 각 13일과 20일이었지만 2020년엔 5일에 불과했다./남용희 기자
서울 대기질 평가보고서를 보면, 2018년과 2019년 1월~3월의 초미세먼지 고농도일 수는 각 13일과 20일이었지만 2020년엔 5일에 불과했다./남용희 기자

전문가들 역시 초미세먼지 감소 원인으로 코로나의 영향을 주목한다. 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는 "2019년 말 코로나 시작되기 전에 국내에서 여러 정책적인 조치를 하면서 미세먼지가 완화되고 있긴 했다"며 "다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전체 배출량이 줄었다. 특히 중국의 배출량이 줄어든 게 굉장히 컸다"고 말했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코로나가 처음 시작할 때는 여러 산업활동이 멈추면서 초미세먼지가 엄청 줄었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유럽 모두 최근 3년간 대기질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20년과 직전 5년간 울릉도, 백령도, 제주도의 대기오염 물질을 비교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논문에 따르면 울릉도의 미세먼지는 코로나 이전보다 44.4%, 초미세먼지는 30.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백령도는 미세먼지 17.8%, 초미세먼지 11.2%가 줄었고, 제주도는 각각 26.7%, 2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탓에 생산활동과 산업이 위축됐지만, 대기질 개선이라는 긍정적 요인이 있었다는 게 논문의 결론이다. 반대로 말하면 현재 코로나가 안정세에 접어들고 방역지침을 완화하는 상황에서 미세먼지가 다시 극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의찬 교수는 "지금 같은 상황이면 코로나로 지체된 생산량 때문에 중국의 배출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것처럼 초미세먼지도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올 겨울에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증요법보다는 장기적인 대기환경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술 교수는 "대기환경 정책을 산업체 규제 위주로만 그때그때 시행하지 말고 추세에 맞게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 방역이) 해제되고 정상 단계로 가면 미세먼지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의 배출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고, 한국도 계절관리제 등 대책으로 미세먼지 총량이 줄었다. 정책들이 증가분을 얼마나 상쇄할지는 추이를 봐야 한다"고 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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