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횡령 1억여원 중 1700여만원만 인정
"길원옥 할머니, 본인 의사로 기부했을 가능성"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부정 의혹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심에서 대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 받고 업무상 횡령죄 일부만 유죄로 인정돼 벌금 1500만원을 받았다. /이덕인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부정 의혹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심에서 대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 받고 업무상 횡령죄 일부만 유죄로 인정돼 벌금 1500만원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문병찬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시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과 정의연 이사 김모 씨에 각각 벌금 1500만원과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20년 9월14일 재판에 넘겨진 지 880일 만이다.
윤 의원은 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하는 박물관이 법률상 등록 요건인 학예사를 갖추지 못했는데도 근무한 것처럼 허위 신청해 등록하는 수법으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정부와 서울시 등에서 3억여원 보조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를 받는다. 2014~2020년 여성가족부 사업에 인건비 보조금 신청을 하는 등 7개 사업에서 총 6500여만원을 부정 수령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윤 의원과 김 씨가 2015~2019년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단체 계좌로 총 41억원 기부금품을 모집했다고도 봤다.
해외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나비기금·고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명목으로 1억7000만원 기부금품을 개인 계좌로 모금한 혐의도 받는다. 안성 쉼터(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매입 과정 업무상 배임 혐의 등도 있다.
재판부는 윤 의원이 개인 계좌로 모금하거나 법인 계좌에서 이체받아 개인용도로 1억여원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업무상 횡령 혐의' 중 1700여만원을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무죄로 봤다. 검사가 제출된 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법률상 등록 요건인 학예사를 갖추지 못했는데도 박물관을 등록해 보조금을 받은 혐의를 놓고는, 윤 의원과 김 씨가 명확한 불법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부와 서울시 등에 대해 기망과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직원 2명과 공모해 여가부 등 사업 인건비 보조금 등을 신청해 받은 혐의도 보조금을 받아 그에 상응하는 인건비로 지급했으며, 국가재정에 침해가 발생했다고 볼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를 개인 계좌로 모금했다는 의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1000만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했다고 해도 3~5일 기간 내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할 수 없고, 모든 시민사회장에 기부금품법을 적용하면 그 의미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길원옥 할머니 심신 장애를 이용해 9차례에 걸쳐 기부·증여하게 했다는 의혹도, 길 할머니의 활동 이력과 태도 등을 종합할 때 할머니가 본인 의사로 기부·증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윤미향은 아무런 감독을 받지 않은 채 본인만이 지출 내역을 알 수 있었고, 공적·사적으로 명확히 구별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정대협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고려할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라고 말했다.
다만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횡령했다고 보기 어렵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으며, 30년 동안 열악한 사정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기여했다"라며 "유죄로 인정된 횡령 액수보다 많은 금액을 기부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지난 1월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이나 할머니에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지고 시민사회의 도덕성 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도록 엄중한 법의 판단이 필요하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선고 직후 윤 의원은 "무리한 기소가 대부분 무죄로 밝혀졌다. 1억원 이상 횡령했다고 한 부분 중 극히 일부인 약 1700만원이 유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그 부분도 횡령하지 않았다. 남은 항소 절차를 통해 충분히 소명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