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찰청장 노리나…'이태원 특별첩보 보고서'에 주목
입력: 2023.02.10 05:00 / 수정: 2023.02.10 05:00

경찰청 정보국 지시로 작성한 보고서
윤희근 경찰청장까지 보고됐는지 주목


검찰이 핼러윈 보고서 삭제 의혹을 집중 수사하며 경찰 수뇌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점을 들여다보고 있다. /더팩트DB
검찰이 핼러윈 보고서 삭제 의혹을 집중 수사하며 경찰 수뇌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점을 들여다보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검찰이 핼러윈 보고서 삭제 의혹을 집중 수사하며 경찰 수뇌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점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경찰청 정보국이 지시한 이태원 관련 보고서가 경찰청장의 관여 여부를 판가름할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전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정보국(공공안녕정보국) 정보분석과·정보상황과·정보관리과 등 7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참사 당시 서울청 정보분석 라인 2명도 입건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박 전 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공공안녕정보과장(경정)을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30일 이들과 용산서 정보관 곽모 경위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박 전 부장 등이 삭제하라고 지시한 보고서 4건 중 기소하지 않은 문건을 놓고 추가 기소했다. 곽 경위가 삭제한 것으로 알려진 '할로윈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와 달리 나머지 3건은 작성자가 직접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박 전 부장 공소장에 따르면 용산서 정보관 A경장은 지난해 9월29일쯤 경찰청 정보국의 SRI(특별첩보요구·Special Requirement of intelligence)에 따라 '가을축제행사 안전관리 실태 및 사고위험 요인'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해 서울청을 거쳐 경찰청 정보국에 회신했다.

정보관 B경위는 지난해 10월6일 서울청 정보부에서 하달된 SRI에 '할로윈 데이, 온오프 치안부담요인' 회신 보고서를 작성해 이튿날 답했다. 이 내용을 토대로 자체 첩보 보고서인 '할로윈, 경찰제복으로 파티 참석 등 불법위험 우려'를 작성해 '경찰견문관리시스템'에 올렸다.

박 전 부장 지시를 받은 김 전 과장은 지난해 11월2일 보고서 전체를 삭제하기 위해 외근 중인 정보관들도 사무실로 복귀하도록 지시하고, "정보 수집 처리 규정에 의해 활용 목적이 달성된 보고서는 폐기하도록 돼 있으니, 각자 개인 PC를 정리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곽 경위가 삭제한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과 달리 나머지 보고서 3건은 작성자와 삭제한 인물이 같아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고민해 기소 시점을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별개로 서울청에서 작성된 보고서 1건도 삭제된 것으로 의심한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 오전 질의 종료 후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 오전 질의 종료 후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주목할 것은 참사 한 달 전 A경장이 작성해 경찰청 정보국에 올라간 '가을축제행사 안전관리 실태 및 사고위험 요인' 보고서다. 상급 기관이 특정 사안의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하달하는 'SRI'로 회신 됐기 때문이다. 본청에서 위험성을 사전에 알았다고 볼만한 정황이다.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은 현 경찰청 차장인 조지호 치안정감이다. 경찰청 정보국까지 보고가 올라간 만큼 윤희근 경찰청장(치안총감)까지 내용을 보고받았는지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B경위가 작성한 보고서는 서울청 하달로, 김광호 청장(치안정감)과 관련성이 있다.

윤 청장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지 않아 예견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 결과와도 배치될 수 있다. 특수본은 또한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사무는 경찰청장 사무가 아닌 자치경찰사무라며 과실치사상 혐의가 없다고 봤다.

다만 검찰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상 시·도 경찰력으로 공공안녕과 질서유지가 어려워 지원·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할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으면, 경찰청장이 자치경찰사무를 수행하는 경찰공무원을 직접 지휘·명령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이임재 전 용산서장(총경) 공소장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상 경찰청은 재난 예방·대비·대응·복구 의무가 있고, 경찰 재난관리 규칙상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이 업무를 총괄·조정한다는 점이 기재돼있다.

김 청장과 이 전 서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중 하나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상했는데도 인파 관리 부재 등 예방 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에 윤 청장의 예견가능성도 향후 검찰 수사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비슷한 구조인 세월호 참사 사건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나와 법리 구성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 부장판사)는 지난 7일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김 전 청장이나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경청장 등이 세월호 침몰이 임박했는데도 선내에 승객들이 대기 중이라는 사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보통 사람 주의 정도에서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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