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부메랑' 이상민…헌정사 첫 탄핵가결 장관 불명예
입력: 2023.02.09 05:00 / 수정: 2023.02.09 05:00

취임 초 경찰국 추진부터 탄핵 거론
'쿠데타', '놀았겠나' 등 구설수 잇따라
"헌재 탄핵심판 성실히 임하겠다" 입장


국민 재난·안전관리 수장으로서 이태원 참사 책임론에 휩싸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사진)은 결국 최초의 국회 탄핵 국무위원이란 오명을 안고 직무를 멈추게 됐다. 사진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기관보고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인사를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국민 재난·안전관리 수장으로서 이태원 참사 책임론에 휩싸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사진)은 결국 '최초의 국회 탄핵 국무위원'이란 오명을 안고 직무를 멈추게 됐다. 사진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기관보고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인사를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국민 재난·안전관리 수장으로서 이태원 참사 책임론에 휩싸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결국 '최초의 국회 탄핵 국무위원'이란 불명예 안고 직무를 멈추게 됐다.

취임 직후부터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온 이 장관은 막상 참사가 벌어지자 말 바꾸기로 면피를 시도했다는 등의 비판도 받아왔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남아있어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 이 장관이 '중대한 법 위반'을 저질렀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취임 일성 '경찰 통제'…한달 만에 탄핵 불지펴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갑자기 추진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5월 13일 취임 후 약 한 달 만에 탄핵은 거론됐다. 본인 직속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만든 게 발단이었다. 자문위는 출범 꼭 40일 만인 6월 21일 '경찰국 신설'과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 등 소속청장 지휘규칙 제정' 등을 뼈대로 한 권고안을 내놓았다.

'내무부 치안본부 회귀' 비판과 함께 이 장관 탄핵을 가장 강하게 요구한 쪽은 다름 아닌 여당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의원은 자문위 권고가 나오자마자 언론 인터뷰에서 "행안부 장관을 대상으로 한 탄핵소추를 진행하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도 동조했다. 그러나 전당대회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 등 현안에 밀렸다. 권한쟁의심판 등으로 이 장관을 견제하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경찰국 설치와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이 작년 8월 현실화했다.

그 과정에서 이 장관은 강경 기조를 보이면서도 사과와 해명을 반복했다. 경찰국 신설을 앞두고 류삼영 당시 울산 중부경찰서장 주도로 열린 전국 총경 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빗댄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적절 발언이라는 논란이 일자 "표현이 지나쳤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그 뒤로는 류 총경 대기발령 조치의 배후로 의심받기도 했다. 당초 회의에 부정적이지 않았다고 알려진 윤희근 경찰청장이 돌연 중도해산을 지시하는 등 태도가 달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류 총경은 작년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윤 청장이 이중인격이 아닌 한 징계는 윗선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를 거치며 이 장관 탄핵소추안에 속도가 붙었다. 사진은 지난 12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현장조사’가 열린 가운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답변을 마치고 이동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항의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이태원 참사를 거치며 이 장관 탄핵소추안에 속도가 붙었다. 사진은 지난 12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현장조사’가 열린 가운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답변을 마치고 이동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항의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경찰 지휘·감독권 없다" 말바꾸기 논란…결과는 '탄핵'

이태원 참사를 거치며 이 장관 탄핵소추안에 속도가 붙었다. 사고 바로 다음 날 "경찰이나 소방을 배치했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해 조짐이 안 좋았다. 재난·안전 총책임자로서 문제가 큰 발언이란 비판이 일었으나, 일주일 뒤 합동분향소에서도 "과연 경찰·소방 배치가 원인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구설은 계속 이어졌다. 야당의 사퇴 촉구가 잇따르자 한 언론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냐"고 말해 공분을 일으켰다. 첫 국정조사 기관보고 때에는 '참사 발생 1시간이 지나 첫 보고를 받은 이유' 물음에 "이미 골든타임 지난 때였다. 제가 놀고 있었겠냐"고 답해 빈축을 샀다.

본인이 추진한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을 부정한 듯한 발언은 경찰마저 당혹스럽게 했다. 지난해 11월 국회 행안위 현안질의에서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지금 없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불과 4개월 전 경찰국 신설을 강행할 때에는 "정부조직법은 행안부 장관이 경찰 감독 업무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찰 안팎에선 이 장관이 '경찰 통제의 덫'에 걸렸다는 시각도 있다. 기존 방침대로 경찰 견제를 강화하려면 지휘·감독권을 분명히 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이태원 참사 책임론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휘·감독권이 없다'고 한 발언은 향후 추진할 경찰 제도개혁 과정에서도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여지가 있다.

이 장관은 경찰청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는 벗어났다. 구체적 주의의무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그러나 또 다른 경찰 수사가 남았다.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위증 혐의로 최근 고발했다. 이 장관은 행안부에 유족 명단이 없다고 주장해 왔으나, 사실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사건을 접수해 현재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그의 최종 운명은 약 6개월 뒤 정해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안에 대해 최장 180일까지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 헌법 65조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장관이 중대한 법 위반을 저질렀는지에 따라 거취가 판가름 난다. 이 장관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헌재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해 빠른 시일 내에 행안부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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