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강요' 건설현장 불법행위…수사만으로 근절 어렵다
입력: 2023.02.06 05:00 / 수정: 2023.02.06 05:00

경찰, 건설현장 불법행위 수사 이어가
'교섭'은 '강요', '월례비'는 '금품수수'
고용불안, 임금체불, 안전문제는 소홀


최근 국토교통부 점검에서만 전국 총 111개 현장 총 341건이 적발됐다. 경찰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건설공사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최근 국토교통부 점검에서만 전국 총 111개 현장 총 341건이 적발됐다. 경찰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건설공사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주현웅·정채영 기자] 경찰이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자 노동계는 표정 관리가 쉽지않다. 건설현장 일부 노조의 금품수수 등 일탈 행위는 노동계 안에서도 문제로 지적돼 온 만큼 이참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다만 건설업의 특수한 고용구조는 이같은 고질적 비리에 빌미를 제공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열악하고 불안정한 근로 환경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근절은 어렵다는 것이다.

6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최근까지도 전국 각지에서 건설현장 불법행위 신고를 꾸준히 접수하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일까지는 양대노총 지역본부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최근 국토교통부 점검에서만 총 111개 현장 총 341건이 적발된 만큼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입건된 이들 대부분은 건설현장에서 소속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금품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고 파악됐다. 일부는 조합원 채용 등의 요구가 거부당하자 집회 등을 벌여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더해졌다.

노동계에서는 '노동탄압'을 외치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노동조합을 내세워 사업장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비리 행위는 오래전부터 없애야 할 폐습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양대노총 본부 권고에도 말을 듣지 않거나, 별도 노조를 설립해 행태를 이어가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최근의 무차별적 수사는 심하다는 지적도 크다. 경찰 등에서는 ‘채용 강요’로 표현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채용 요구’로 표현한다. 금품수수의 경우 타워크레인 조종사에 지급되는 ‘월례비’를 뜻한다. 과하지 않다면 노사의 교섭 사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헌우 기자
최근의 무차별적 수사는 심하다는 지적도 크다. 경찰 등에서는 ‘채용 강요’로 표현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채용 요구’로 표현한다. 금품수수의 경우 타워크레인 조종사에 지급되는 ‘월례비’를 뜻한다. 과하지 않다면 노사의 교섭 사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헌우 기자

그러나 현재의 무차별적 수사는 심하다는 반발 역시 크다. 경찰 등에서는 '채용 강요'로 표현하지만, 노동계에서는 '고용 교섭'로 표현한다. '금품수수'의 경우 타워크레인 조종사에 지급되는 '월례비'를 뜻한다.

건설현장에서 이런 식의 논란이 불거지는 배경은 특수한 고용구조 때문이다. 파견 일용직이 대부분인 탓에 일반적인 노사교섭과는 양태가 다르다. 속한 사업장이 수시로 바뀌고, 수당 체계도 미흡해 발생하는 문제라는 뜻이다.

예컨대 채용 문제의 경우 일반적인 노조는 사측에 고용안정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파견 일용직인 건설현장 노동자는 '공사장'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어 이를 주장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업장이 바뀔 때마다 조합원 채용을 교섭 사항으로 내미는 일이 흔하다.

일용직 노동자의 채용 요구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명시한 규정이나 대법원 판례는 없다. 단 하급심 판결 중에는 서울남부지법이 '파견근로자가 가입한 노조가 사업주에 직접고용 등 교섭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벌일 수 있다'고 판시한 적 있다.

경찰 등이 금품수수로 일컫는 월례비는 평범한 직장에선 '수당' 개념과 비슷하다. 타워크레인 기사가 안전 위협 등을 이유로 꼭 하지 않아도 될 작업을 대신 해주고 받는 돈이다. 과거에는 소위 '담뱃값'으로 불렸지만, 최근엔 도를 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노동계에서는 고용불안과 함께 파견업체나 사업장에서 돈을 떼이는 등 구조적 문제도 함께 손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조가 지난달 25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대한건설협회 앞에서 건설현장 실태 폭로 및 건설사-정부-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연 모습. /조소현 인턴기자
노동계에서는 고용불안과 함께 파견업체나 사업장에서 돈을 떼이는 등 구조적 문제도 함께 손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조가 지난달 25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대한건설협회 앞에서 '건설현장 실태 폭로 및 건설사-정부-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연 모습. /조소현 인턴기자

노동계에서는 고용불안은 물론 파견업체나 사업장의 임금체불 등 구조적 문제도 함께 손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부 조합원들의 일탈 행위는 처벌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국가 몫이라는 것이다.

실제 건설현장은 임금 체불이 가장 심한 업종 중 하나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11월 임금체불액 1조2202억 원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56억 원으로 제조업 416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다. 산업·중대재해가 수년째 1위인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지수민 민주노총 건설노조 정책교육부장은 "압수수색 등 수사가 불법을 없애겠다는 취지란 점은 충분히 알겠다"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계속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건설노조 경인본부 압수수색 때만 봐도 수사에 협조할 뜻이 없었던 게 아닌데, 경찰은 버스 3대를 동원해 찾아 왔다"며 "정부가 제도 개선은 생각하지도 않고 노조가 하면 무엇이든 나쁘다는 식으로 매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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