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면담 두고 '협박' 평가
서울시, 사과 요구에 묵묵부답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와 면담을 하며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서울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어렵사리 이룬 면담을 통해 서로 지하철 시위 일시 중단과 기획재정부 예산 건의라는 결과물을 얻은 모습이다.
다만 시한부 중단인데다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어 마지막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3일 오전 혜화역 선전전에서 전날 가진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에 대한 입장과 함께 13일까지 지하철 선전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 모임 '약자의 눈'과 시민사회단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의 요청도 일부 수용한 모양새가 됐다. 오 시장은 면담에서 지하철을 지연시키는 형태의 시위를 멈춰달라고 수 차례 요청했다.
반대로 시는 장애인 권리예산 증액을 기재부에 건의해달라는 박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또 시의 장애인 권리예산 증액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전장연과의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전장연 측도 단계별로 원하는 게 있고, 정부도 입장이 있을 것이다. 저 분들 입장을 전달해드리려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언급한대로 면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기재부에 전달할 것"이라며 "시 예산과 관련해서는 면담 때 박 대표에게 자료를 받았으니 예산 시즌까지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혜화역에서 장애인권리예산·입법쟁취를 위한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이같이 일부 면담의 성과도 있었지만 향후 양 측이 각자 요구사항을 원활히 조율하며 갈등을 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큰 틀에서 해결책을 찾은 것은 아닌데다 여전히 주요 사안에는 날 선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오 시장과의 면담을 두고 '공식적으로 협박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철도법을 언급하며 중죄에 해당한다고 한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을 중죄라고 한다면, 누가 지키나"라고 꼬집었다.
또 "이 문제는 시민들이 풀어주셔야 한다. 책임이 있는 사회적 강자인 기획재정부와 서울시에 요구해달라. 13일까지 기다리며 시민사회와 각계각층, 노동조합, 종교계와 풀어 가겠다"라고 말했다. 시위 중단 기한을 강조하며 상황 변화를 살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아울러 전장연은 이번 면담에서 1역사 1동선 약속 미이행에 대한 사과와 장애인 리프트 사망사고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시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밝힌 대로 1역사 1동선은 내년까지 모두 확보할 계획"이라며 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서 오 시장도 면담에서 사과 요구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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